성과를 요구하는 시대 앞에서 나를 돌아본 기록
마포구청에서 공문 하나가 왔다. 과장 결재도 없고 직인도 없었다. 팀장 결재만 찍힌 문서였다. 시작부터 조금 낯설었다. 공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1년 지방세 연구동아리 제안서 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었고, 그 제안을 바탕으로 행안부 지침이 개정되었다. 그 결과 2024년 재산세가 크게 늘었으니, 세입 증대에 대한 공적을 지방세심의위원회에 상정해 포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붙임으로 공적심사 자료와 세액 증대 산정 내역, 포상금 지급 신청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 공문은 우리 구청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에 발송됐다. 포상금도 최고액인 백만 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재산세 담당과 포상금 담당 팀장들은 어리둥절했다. 과장 결재도 없는 공문은 처음이었다. 예산도 편성돼 있지 않았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의견이 갈렸다.
반대 의견이 먼저 나왔다.
그동안 제도 개선은 많았지만 포상금을 준 적은 없었다. 제도 개선은 공무원이 늘 해오던 일이라는 말도 나왔다. 세수가 늘었다고 포상금을 주는 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미 우수 제안으로 포상을 받았으니 이중 포상이라는 말도 이어졌다. 결재가 부족한 문서를 공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찬성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세입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개인의 제안으로 지침이 바뀌었고 그 결과 재산세가 늘었다. 징수 포상금 조례에는 세입 증대에 공적이 있으면 포상하도록 되어 있다. 사례가 없었을 뿐 규정은 존재했다. 다른 포상을 받았다고 지급하지 말라는 조항도 없었다. 세액이 늘었다면 심의위원회 상정은 자연스러운 절차라는 의견이었다.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문을 보낸 직원에게 향했다. 아무도 하지 않던 일을 해서 동료들을 바쁘게 만든 사람이라는 말이 나왔다. 결재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돈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는 어느새 ‘특이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조직에서 늘 그래왔다. 하지 않던 일을 하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띈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묻어가는 방식이 익숙했다. 누군가 제안해 제도가 바뀌면 우리는 그 결과를 함께 누렸다. 제안한 사람에게는 격려와 적당한 포상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 환경에서는 앞서 나가는 사람은 더 멀리 갈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과정을 조용히 뒷받침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조직 안에서는 그런 기류가 느껴진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일까.
아이디어를 내고 제도를 바꾸며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런 절차를 정리하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일까. 솔직히 나는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 앞에서 한 발 물러나는 쪽이 익숙하다.
그 직원을 떠올려 본다. 제안을 위해 자료를 찾고 정리했을 것이다. 발표를 준비했고 결과를 기다렸을 것이다. 이후 공적심사 자료를 다시 만들며 마음도 여러 번 흔들렸을 것이다. 그 과정을 끝까지 감당했기에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성과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시대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은 그를 귀찮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런 움직임이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조용히 맡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에게 하나의 길이 더 생긴 셈이다.
예전에는 튀지 않는 사람이 조직에 잘 적응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일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불편한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한 만큼 인정받는 방향으로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오늘 나도 뭔가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