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치 않은 일을 배우며 얻는 자유
2025년 첫날이다. 나는 사무실에 나왔다.
어젯밤 제야의 종소리를 남편과 듣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침 다섯 시 반에 눈이 떠졌다. 눈보다 머리가 먼저 깨어난 느낌이었다. 발령받은 팀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애써 밀어내도 생각은 계속 돌아갔다. 결국 잠을 포기했다.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차 키를 들었다. 차에 오르자, 계기판의 주유기 바늘이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주 차에서 내리며 기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말했다. 차에 기름이 없다고 했다. 남편은 그러면 “넣으면 되지.”라고 쉽게 말했다. 내 말은 좀 넣어 달라는 뜻이었다.
늘 가던 주유소로 향했다. 요즘은 셀프 주유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직접 주유해 주는 곳이 좋다. 주유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실수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차를 운전해서 주유소에 들어가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으니, 피하만 싶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하기 싫은 것 같다.
새해 첫날이라 도로는 한산했다. 차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내가 가던 주유소는 어두웠다. 사무실 불도 꺼져 있었고 가격 표지판은 헤드라이트가 비쳐야 겨우 보였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듯했다. 시간을 보니 새벽 6시였다. 차를 돌려야 했다.
주유소는 늘 열려 있을 거로 생각했다. 밤에도 새벽에도 차는 지나다닌다. 그래서였을까. 난 주유소는 365일 24시간 열려 있다고 여겼다.
기름을 넣지 않고 사무실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다. 아직 경고등이 켜진 건 아니었다. 이 차는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예전 경험으로 보면 집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고등이 켜졌다고 바로 멈추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망설이며 차창 밖을 보았다. 구청 근처에 셀프 주유소가 보였다. 승용차 한 대와 주유 중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유턴을 했다. 주유하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차를 주유기 앞에 세웠다. 시동을 끄고 신용카드 지갑에서 꺼냈다. 차에서 내려 주유기 앞에 섰다. 일회용 장갑을 꼈다. 주유기는 인사하듯 말을 걸며 순서를 알려줬다. 휘발유와 경유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그동안의 기억을 더듬어 휘발유를 눌렀다.
카드를 넣었다. 용량을 선택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가득(15만 원)’을 눌렀다. 자주 기름을 넣고 싶지 않았다. 주유기를 차에 꽂았다. 앞에서 주유하던 남자는 주유기를 꽂아 두고 멀찍이 서 있었다. 나는 불안해서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놓아보았다. 주유기는 그대로 작동했다. 고리가 없는데도 떨어지지 않는 게 신기했다.
기름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계기판 숫자가 올라갔다. 혼자서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화면에 ‘정량’과 ‘정액’을 선택하라는 문구가 떴다. 가득의 정량과 가득의 정액이 무엇을 뜻하는지 갑자기 헷갈렸다. 나는 ‘정량’을 눌렀다.
‘윙’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15만 원’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혹시 그만큼 계속 들어가는 건 아닐까. 기름이 넘치면 어쩌지.’ 화면을 뚫어지게 보았다. 주유 완료라는 문구를 기다렸지만 화면은 계속 주유 중이었다.
앞에서 주유하던 남자는 이미 마치고 주유기를 제자리에 놓고 있었다. 불안이 커졌다. 주유기 옆 빨간 긴급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눌러야 하나 고민되었다. 안쪽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화면의 ‘주유 중’이라는 글자와 사무실의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두세 번 고개를 돌리다 사무실로 달려갔다.
“주유한 지 한참 됐는데 계속 주유 중이라고 떠서요.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직원이 말했다.
“리터가 멈췄잖아요. 다 된 거예요.”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모를 수도 있구나. 안 해보면 사소한 일에도 긴장하게 된다. 별일 아닌 일에 마음이 먼저 앞선다.
차를 몰아 사무실로 왔다. 새로 옮긴 자동차세 팀으로 가서 앉았다. 차량 취득세 운영 실무 책자를 펼쳤다. 어제 전임 팀장에게 팀의 어려움을 들었다. 1층 차량 취득세 자진 납부 창구에는 직원이 두 명 있다. 그들이 휴가나 교육을 가면 2층 직원이 내려가 대직해야 한다. 잦은 휴가와 자신만 대직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다고 했다.
예전 팀에서 나도 민원 창구 대직을 해보았다. 한 사람 대직도 3명이 돌아가면서 했다. 위층 직원 한 명이 두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 채운다면 불만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내가 차량 취득세 업무를 배워서 함께 돌아가며 창구를 맡는 것이다. 내가 업무를 배워서 할 수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어제 아래층에 내려가 취득세 실무 책자를 빌려왔다. 오늘 책상에 앉아 보니 같은 책이 팀장 자리에도 꽂혀 있었다. 할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다시 배우는 일은 여전히 두렵다. 걱정도 앞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어려움을 가볍게 보려고 한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 쉽지 않았다. 오늘 기름 넣어봐서 이젠 알았다. “가득”이라고 선택해도 기름이 흘러넘칠 일은 없다는걸.
책자 읽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민원인과 부딪치면서 배워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