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보세요

망설이던 내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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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 작가에게서 문자가 왔다. “저자 특강 1월 16일 가능하실까요?” 문자를 보는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피할 수 없다는 느낌이 먼저 왔다. 설렘보다 긴장이 앞섰다.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장면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자이언트에서 책을 내면 저자 특강을 한다. 나는 책을 낸 다른 작가들이 강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 시간을 채웠다. PPT를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했다. 그때 나는 무슨 말을 할까. 떨지 않고 할 수 있을까. 궁금했고 부러웠다.

오늘 그 자리가 나에게 왔다. 그래서 답장은 바로 나왔다. “넵!!”

자이언트에 들어온 뒤로 나는 인생에서 해보지 않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못할 것 같았고 소질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나는 계속 하고 있다. 이럴 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었구나.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인걸까.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계속 해보는 사람일까.

50분 분량으로 준비해 달라는 말 아래에 답장을 썼다. “주신 기회 소중히 여기며 준비하겠습니다. 잘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해 보겠습니다.” 쓰고 나니 문장이 마음에 안들었다. 이 말은 이은대 작가에게 할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조용히 나에게 할 말이었다. 나는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남에게 은근히 드러내고 싶은 사람인가 보다.

답장을 보내고 나니 퇴근 시간이었다. 집에 가야하나 저자 특강 준비를 해야하나 망설여졌다. 그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랑 저녁 외식할 건데 같이 먹을래?” 나는 괜찮다고 했다. 사무실에 남아 저자 특강 시나리오를 써도 되겠구나 싶었다.

한글 프로그램 화면을 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작가 생활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나는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냈을까. 책을 내는 과정에서 어떤 시간을 건넜을까. 어떤 어려움 속에서 어떤 전환점을 만났을까. 질문을 던지니 머릿속에 구성이 잡히고 글은 빠르게 써졌다.

대충 시나리오를 마치고 나니 이미지가 필요했다. 핸드폰에서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의 저자 특강을 보면 ppt 속 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나도 모방을 해보기로 했다. 2022년부터 찍은 사진들이 이어졌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달리 보였다. 이렇게 쓰일 수 있다니 신기했다. 의도하지 않은 기록도 시간이 지나면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기록이었고, 지금은 재료가 됐다.

2023년 6월, 자이언트에 들어왔다. 강의를 들으며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싶었다. 하지만 글은 늘 부담이었다. 그럼 어떤 계기로 40꼭지를 쓰게 됐을까. 어떤 문장을 붙잡고 초고와 퇴고의 시간을 견뎠을까.

그 부담을 매일 쓰기로 바꾼 계기가 있었다. 2024년 4월 이은대 작가 요약독서법 저자 특강에서 저자 사인을 받으면서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이은대 작가는

“한 번 해 보세요.” 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그 힘은 컸다.

나는 이 질문을 던지기까지 2년 걸렸다. 그전에는 묻지도 못했다.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해본 적 없는 일 앞에서 나는 늘 한 번 더 말설였다. 하지만 계속 망설이고만 있을 수는 없다. 2년의 기간 동안 나는 강의를 꾸준히 들었다. 자이언트에서 하는 행사도 빠지지 않으려 했다. 그런 시간이 쌓였다. 그래서 나는 마치 나에게 선언하듯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앞서 가는 사람에게서 듣는 말은 힘이 있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은 더 그렇다. 그날 이은대 작가가 나에게 건넨 말은 누구에게나 건네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붙잡은 사람은 나였다. 누군가는 흘려보냈을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허락처럼 들었다. 해도 된다는 말, 해 볼 자격이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 1년 전에 받은 목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요청해도 “그냥 쓰세요”라는 답변만 받았다. ‘그냥 쓰세요’라는 방향은 내가 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제는 나 혼자 달려야 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글을 썼다. 주제는 따지지 않았다. 경험을 쓰고 글의 마지막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붙였다.

매일 써야 한다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붙잡을 문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은대 작가의 “한번 해 보세요”라는 문장을 붙잡았다. 그리고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 문장이 목표가 됐다. 목표가 생기면 방법은 따라온다. 이것이 내가 책을 내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분명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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