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생기는 순간

설득하는 말에서 설명하는 말로 바뀌기가지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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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 뉴스를 보았다. 뉴스에서는 신천지라는 종교단체가 특정 정당에 가입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수만 명이 실제로 가입했다는 정황을 전했다. 고양시에 교회를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했다가 토지 변경 허가가 직권 취소되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종교를 떠나 어떤 집단이든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일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내가 책을 썼기에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된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려는 일 자체를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신천지 신도들의 정당 가입은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나는 그 이유를 바로 설명하지 못했다. 뭔가 아닌 것 같았지만 내 생각을 말로 정리하지 못했다.


만약 신천지 신도와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 종교를 믿고 나서 삶이 좋아졌어. 사람들은 내 말을 들어주고 죽은 뒤 삶도 평안할 것 같아. 이 좋은 종교를 더 널리 알리고 싶어서 정당에 가입했어.”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내가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책을 써보니 정말 좋았어.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자서전을 썼으면 좋겠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책을 내야 해. 책을 쓰면 삶이 좋아지는 데 왜 안 쓰는지 모르겠어.”


겉으로 보면 신천지 신도의 말과 내 말의 맥락은 다르지 않았다. 각자 자신에게 좋았던 경험을 나누고 그것으로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나는 신천지 신도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말의 논리는 맞는 것 같았지만 마음은 따라가지 않았다.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생각보다 설명할 수 없다는 답답함이 먼저 남았다. 같은 구조의 말인데도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감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종교는 개인의 선택이다. 정치는 다르다. 정치는 모두를 위한 영역이다.

특정 종교집단이 정치인을 포섭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힘을 쓴다면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배제된다.

코로나 시절 신천지는 집단 예배 금지라는 정부 지침을 어겼지만 강제 수사에서 배제되었다.

반면 다른 종교단체들은 지침을 따랐다. 그 차이는 특혜로 보였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말은 이런 의미다. 종교는 개인에게 머물러야 하고 정치는 공동의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종교인의 지지를 받은 정치인이 당선되고 그 정치인이 특정 종교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만든다면 국가는 일부 집단의 대변인일 뿐이다. 국민이 맡긴 권력이 특정 종교단체의 이익으로 흘러간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내 말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책을 쓰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 내가 해보니 좋았고 그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말속에는 상대의 삶이 아니라 내 확신만 들어 있었다. 나는 돕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내 생각에 동의해 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 방식은 신천지 신도가 종교를 권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설득 대신 변화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 책을 쓰고 나서 망설이던 내가 해낸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쓰며 감정이 차오르는 속도가 느려졌다. 남에게 화를 냈던 순간이 사실은 나에게 화를 내던 때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준이 생겼다. 내가 느꼈던 찝찝함은 상대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내 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준이 있다는 건 내 생각을 내 말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그 기준을 조금은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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