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독서를 다시 시작하면서 생각한 책임의 무게
오전에 매일 독서 회장인 정희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2026년 매일 독서 모임을 이끌어 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2024년 말에도 받은 적 있다. 나는 그때 확답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매일 독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활동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정희 팀장은 올해 행정지원과에서 매일 독서 동아리를 계속 운영할지, 아니면 정리할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나에게 회장을 맡아줄 수 없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어렵게 만든 모임이라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2024년도에 나는 매일 독서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독서 모임 진행을 맡았고 활동 보고서도 작성했다. 공동체를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사람들이 하기 귀찮아하는 일을 내가 맡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회장도 총무도 아니면서 운영의 중심에 서서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았다.
대면 모임 날짜도 내 일정에 맞춰 정해야 했다. 선정 도서 역시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내가 정리해 올렸다. 나는 회원이었지만 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느낌도 받았다. 정희 팀장이 동아리를 이끌지 못하는 이유 중 내가 있었던 건 아닌지 고민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2025년. 매일 독서가 멈추었던 동안 나는 이 동아리를 잊고 지냈다. 반면 정희 팀장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 차이가 회장과 회원의 차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정희 팀장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놓지 않은 사람 같았다. 그 마음을 끝내 나에게 전해 온 것이다.
나 역시 독서 모임을 하는 사람이다. 책을 통해 사람과 소통해 왔다. 책을 통해 성장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하기 싫다고 말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해보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정희 팀장이 어떤 마음으로 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내가 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다. 결정하고 나니 현실이 보였다. 총무가 필요했다.
구청 지원금 60만 원을 관리해야 했다. 책도 구입하고 하면 간식도 준비해야 했다. 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정희 팀장의 부탁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동아리 총무는 업무 외 일이다. 승진에도 성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귀찮고 개인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내가 이미 겪어봤기에, 누군가에게 쉽게 부탁하지 못하겠다. 나는 힘들어도 내가 다 하는 쪽을 선택해 온 사람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매일 독서를 어떻게 운영할지보다, 총무를 어떻게 구할지가 더 큰 고민이 되었다.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런 질문도 따라왔다. 나는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일까.
정희 팀장이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고민할 때 내가 떠올랐다는 건, 내가 이 동아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는 뜻은 아닐까. 기억된다는 건 내가 ‘나’로 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아직 총무를 구하지 못했다. 누구에게 말을 꺼낼지도 정하지 못했다. 부탁이라는 말 앞에서 마음이 자꾸 멈춘다. 부담을 알기에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총무를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이 모임을 함께 지켜줄 사람을 찾는다고.
이 일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는 역할이라고.
이번에는 부탁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