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은 없다] 작가해설

1-1 그날, 상처가 나를 멈춰 세웠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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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날, 상처가 나를 멈춰 세웠다. (시: 버섯의 일생)


내 책의 첫 꼭지는 결혼 이야기다. 결혼을 하면서 나는 버섯이 된 것 같았다. 어딘가에 붙어살아야 하는 존재가 된 느낌이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자리를 옮길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날의 선택은 나를 한자리에 멈춰 세웠다.


버섯은 뿌리가 없다. 걷지 못하고 달아날 수도 없다. 붙어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만큼만 자란다. 나는 결혼과 함께 그런 위치에 놓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예뻐도 소용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입도 없고 팔도 없고 부족한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멈춰 섰다.

나는 화려하지 않았다.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을 할 수 있었다. 귀한 존재였다면 주지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식은 귀하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릴 때는 소중하다. 다 자라면 거추장스러워진다.

붙어 있다고 편한 것도 아니었다. 결혼해서 내가 있던 자리가 그랬다.


결혼은 좋다 나쁘다로 나눌 수 없다. 인간이 오래전부터 선택해 온 삶의 방식이다.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규약에 가깝다. 좋아서 하는 선택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시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했다고 시련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선택해도 삶에는 아픔과 상처가 따른다. 시련은 특정한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책의 첫 꼭지로 쓴 이유는 분명하다. 나만 이런 삶을 산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날의 상처가 나를 멈춰 세웠지만 그 상처는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섯처럼 살아간다.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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