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체스와 한국(혹은 중국)의 장기는 어떻게 다를까? 사실 둘은 꽤 비슷
하다. 움직임이 똑같은 기물도 여럿 있기 때문에 신기하기까지 하다. 예를 들
어, 체스의 룩(Rook)은 장기의 차(車), 즉 ‘전차’와 똑같이 움직이고, 체스의
나이트(Knight)와 장기의 마(馬)도 ‘기병’으로서 똑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묘한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내 생각에는 체스가 좀
더 복잡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장기의 ‘졸’에 해당하는 체스의 폰(Pawn)은
처음 이동할 때 한 칸 또는 두 칸을 선택해서 전진할 수 있다. 이때 상대방
폰이 바로 옆에 있으면 ‘앙파상(En Passant)’이라는 특수 규칙에 의해 상대
폰을 잡을 수도 있다. 폰은 기본적으로 앞으로만 이동하지만, 상대 기물을 잡
을 때는 대각선으로 한 칸 이동한다. 또 상대 진영 끝에 도달하면 ‘승진(프로
모션, Promotion)’을 통해 퀸이나 다른 기물로 승격시킬 수 있다. 장기에는
없는 이 ‘프로모션’이야말로 경기 막판 무승부를 피하고 드라마틱한 결과를 불
러일으킬 수 있는, 끝내기 단계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체스에는 ‘캐슬(Castling)’이라는 특수 수가 있는데, 이는 한 수에 킹과 룩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캐슬을 하고 나면 왕이 폰과 룩으로 둘러싸여 안전
하게 보호된다. 마치 궁(캐슬)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캐슬이라고
부른다. 단, 킹과 룩이 한 번도 이동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기물이 없으며,
현재 체크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서양 체스와 동양 장기 모두 인도에서
유래된 게임이라고 한다. 뿌리가 같기 때문에 비슷한 면이 많고, 서양 체스는
인도에서 페르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동양의 장기는 바둑 등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형태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체스의 룩(Rook)은 페르시아어로 전차를 뜻하는 ‘Rukh’에서 유래
했고, 비숍(Bishop)은 원래 코끼리(Elephant)였다.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코
끼리가 기물로 존재하지만, 유럽에서는 코끼리가 없으니 봉건 시대의 교회 세
력을 뜻하는 비숍으로 바뀐 듯하다. 서양에서는 기독교 수도회가 영지 및 기
사단을 소유한 강력한 전투 집단으로 존속했으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렇
게 같은 문물이 문화권에 따라 변형되어 받아들여지는 일은 흔하다.
한편, 중국 장기와 한국 장기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중국 장기는 초한지 시
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보드판 중앙에 큰 강(항우의 기반과 유방의 기반을
나누는 오(吳)강)이 있는데, 코끼리는 이 강을 건널 수 없어 상대 진영으로 직
접 공격하지 못한다. 반면, 한국 장기판은 그런 중국의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강이 존재하지 않고, 코끼리가 상대 진영으로 진출해
공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