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는 처음 시작할 때 정말 저렴한 스포츠처럼 느껴진다. 골프처럼 값비싼
장비나 필드 요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체스 세트와 타이머 시계 하나만 있
으면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상대가 체스 세트를 가지고
있다면, 빈손으로 가도 된다. 물론 아주 고급 세트는 몇 백 달러를 호가하기
도 하지만, 정식 대회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세트는 보통 20~30달러면
살 수 있다. 한 번 사두면, 테이블 밑으로 떨어뜨려 피스를 잃어버리거나 부
서지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시계는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보통
20달러에서 60달러 정도면 적당하다. 개인 교습이나 교재를 사려면 돈이 들긴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에도 무료 강의 영상이 많아 꼭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
다. 그 외에 드는 비용은 주로 체스 대회 참가비 정도다.
그런데 대회 참가비가 꽤 천차만별이다.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부터
200~300달러 이상 받는 대회까지 다양하다. 공짜 대회는 보통 도서관이나 학
교 같은 공공 공간을 빌려 열며, 선수들이 각자 체스 세트와 시계를 가져오도
록 한다. 이런 대회는 우승해도 특별한 상금이 없다. 반면 참가비가 비싼 대
회는 상위 입상자에게 상금이 수여되는 경우가 많다. 마스터를 목표로 레이팅
을 올리려는 어린 선수들은 상금에 별 신경 쓰지 않고, 질 것을 각오하고서라
도 상위 섹션에 플레이업(Play-up)해서 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마스터
를 꿈꾸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어른 선수들은 참가비를 좀 더 내더라도 상금
이 많은 대회를 선호한다. 참가비가 100달러가 넘는 대회는 1등 상금이 몇
천 달러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체스는 점점 돈이 많이 든다. 수준이 높아질수록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레슨을 받으려면 마스터급 코치를 구해야 하는데, 보
통 시간당 100~150달러는 기본이다. 일주일에 두 시간만 배워도 한 달이면
레슨비만 몇 백 달러가 든다. 게다가 레이팅이 높아지면 동네에서는 맞붙을
상대가 없어 다른 주로 원정을 다녀야 한다. 이때는 대회 참가비뿐 아니라 비
행기 값, 자동차 렌트비, 호텔 숙박비, 외식 비용까지 더해져, 한 번 대회에
나가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선수가 어린이라면 부모 중 한 명은 반드시 동행해야 하므로, 가족이 비행기
를 타고 체스 대회를 다녀오면 많은 여행 경비가 든다. 시작할 때는 장비가
많이 필요 없는 체스도, 어느 순간부터는 결코 저렴한 취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