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세상 Jul 08. 2023

여섯 번째 멸종과 인류세

인류세는 정말 지구생태계에 재앙으로 기록될까?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라는 기자가 <여섯 번째 멸종The Sixth Extinction>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뉴요커The New Yorker잡지의 기자로 퓰리처 상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재능 있는 탐사보도 기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멸종위기에 있는 여러 진기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을 찾고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학자들, 연구원들의 탐험을 마치 생물 탐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생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동시에 왜 지금을 또 하나의 대멸종시기로 규정하는지, 그 속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또 지구 생명의 역사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들과 논쟁점도 쉽게 정리해서 알려준다.


지구에 멸종된 생물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처음 알게 된 건 1700년대 말 즈음이다. 

유럽의 호사가들 사이에서 170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거대한 동물의 어금니가 어떤 동물의 것인지에 대한 논쟁과 탐구가 시작되었다. 

결국 조오지 큐비에Georges Cuvier라는 스위스 출신 파리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이 그 거대 어금니가 현존하는 어떤 동물과도 해부학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처음으로 지구상에 멸종된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거대 동물에 아메리카의 마스토돈Mastodon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큐비에이다.

마스토돈의 어금니와 몸 화석


그 이후 가속화된 지층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와 화석들에 대한 고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지구에 다섯 번의 생물의 대멸종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다섯 번의 멸종은 빙하기의 도래라든가 뜨거워진 바닷물과 공기의 화학적 변화 혹은 우주 암석의 충돌 등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극적인 변화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콜버트의 탐사보도에 의하면 현재 지구에서는 여섯 번째의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여섯 번째 멸종의 근본적인 특징은 원인 제공자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특성 혹은 힘 때문에 이 멸종이 자연진화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가 반자연/비자연적 역사라고 부제를 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면 생물들은 그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소멸해 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거대 동물들은 신체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짐으로써 그들보다 약한 

      동물들에 비해 우월한 생존전략을 가진다. 그 대신 임신 기간이 길고 성체로 자랄 때 

      까지의 기간도 긴 방식으로 개체수가 조절된다. 작고 약한 동물은 반대로 다산과 재생산 

      주기가 짧아서 전체 개체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연의 질서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었다. 천적이 없던 거대동물들은 인간의 협동과 

      도구를 이용한 사냥에 속수무책이었고 인간에게 포획되는 속도가 그들의 재생산 속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멸종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에 인간은 신체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협동과 도구의 힘에 의존하여 

      천적이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급격한 인구의 증가를 가능케 했다.

      

      인간의 또 다른 특징은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이동성이다

      현생인류는 5만 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했고 2만 5천 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이제는 달과 화성을 넘어 은하계의 끝까지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대양도 사막도 거대한 산맥도, 우주공간조차도 인류의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막지 못했다.

      이러한 인간의 이동성은 동식물은 물론 인간과 함께 사는 모든 미세 생물의 이동까지 동반한다. 

      그래서 지구의 모든 표면에서 외래종의 동식물의 침입에 취약한 고유종 동식물의 멸종이 

      일어나고 있으며 낯선 병원균이나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침범과 빠른 확산으로 인해 

      멸종당하는 생물 개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이래로 멸종된 생물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멸종위기의 생물 개체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저자가 실제 연구진을 따라다니며 탐사한 내용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그레이트 오크The Great Auk의 멸종에 대한 보고를 소개하고 싶다.

그레이트 오크는 펭귄의 일종으로 뉴펀들랜드 근처         

바다에 떠있는 펭귄섬, 현재는 펑크섬Funk Island이라고

불리는 바위섬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배를 타고 주변을 지나가던 유럽인들이 발견했는데 

1543년 기록에 의하면 수백 만 쌍이 수백 만개의 알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유럽인들은 오크를 잡아서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활용했다.

식용으로, 낚시 미끼로, 깃털은 매트 속으로, 기름으로, 심지어 통째로 나무 대신 땔감으로도 사용했다. 

일 년에 알을 하나씩 밖에 낳지 않는 오크는 급속하게 개체수가 감소했다.

위 사진은 <아메리카의 새The birds of America>라는 잡지에서 일하던 존 제임스 오도번John James Audubon이 그레이트 오크의 실물을 그리려고 뉴펀들랜드에 찾아갔으나 살아있는 오크를 찾는데 실패하고 박제화된 오크를 보고 그린 그림이다. 이때가 1830년 대이다. 1844년에 결국 마지막 한 쌍의 그레이트 오크가 마지막 서식지로 여겨지는 엘디Eldey에서 사냥되어 박제가 된 후 호사가에게 팔렸다. 

겨우 삼백년 남짓한 시간에 지구상에서 한 종의 생물이 인간의 남획으로 인해 멸종된 것이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이 곧 인류세를 공식 지질시대로 등재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인류세를 공식 정의하고 지정하는데 필요한 실질 임무를 맡은 제4기 층서위원회(SQS) 산하 인류세 실무그룹이 인류세의 시작기점을 1950년대 '대가속기The Great Acceleration(급속한 산업화와 인구 폭증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 인류세를 규정하는 주요 마커로 핵실험의 결과로 전지구상의 토양과 해저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플루토늄과 대가속기 이후 공기 중에 농도가 높아진 탄소입자, 플라스틱, 닭뼈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류세의 대표 지층 격인 국제표준층서구역 후보지로 캐나다 크로포드 호수와 남극 반도의 빙하 코어, 일본 벳푸만의 해양 퇴적층 등 12곳을 선정했다고 한다. 최종 결과는 오는 11일 발표되고 이후 올여름 열리는 제4기 층서위원회와 내년 국제층서위원회에서 차례로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통과되면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지질학총회의 비준과 함께 <인류세Anthropocene>는 공식화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신생대 제4기 홀로세를 끝내고 인류세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결국 지구환경과 지구생명의 위기를 초래한 요인들이 <인류세>를 특징짓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플루토늄과 같은 핵 방사능 물질이 전 지구의 땅과 바다의 토양을 뒤덮고 있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역시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바다 플랑크톤과 곤충들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멸종되거나 감소하는 것은 땅과 바닷물의 오염, 지나친 농약과 비료사용의 결과이다.

생물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이들의 감소는 곧바로 먹이사슬의 윗부분을 구성하는 생물들에게 연쇄적으로 타격이 될 것이다.

공기 중 탄소입자 증가는 대기권 온도의 상승, 그로 인한 기후의 급격한 변화와 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 거주지에서 발견되는 닭뼈는 불과 70년 만에 성장률이 다섯 배 늘어났으며 뼈 길이와 질량도 50년 대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측량된다. 대표적인 가축화 조류인 닭은 현재 230억 마리(한 사람 당 세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데 이는 지구상의 전체 조류 숫자보다 많은 것이다.

소수의 가축화된 생물종이 야생의 생물종에 비해 대단히 불균형하게 많은 것도 인류세의 비자연적 특징의 하나이다. 


학자들이 홀로세 멸종이라고 부른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작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후 가속화되었으며 인류의 이동에 따라 확산되었고 이제는 전 지구상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 보다도 여섯 번째 멸종은 앞서 일어난 다른 멸종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가속화 시대' 이후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과거의 멸종이 수억 년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진행되었다면 지금 진행되는 멸종은 이 만년에서 불과 수 백 년 사이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지구의 전체 생명주기에 비하면 '눈 깜짝할' 짧은 기간이라는 것이다. 생명체들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자체 유전자 형질을 변화시키고 재생산에 성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콜버트는 자신이 <여섯 번째 멸종>에 대한 책을 쓰는 목적은 인간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기후변화를 늦추고 지구를 구할 수 있느냐, 멸종되는 생물들을 더욱 섬세하고 사려 깊게 보호하고 재생산에 성공할 수 있느냐, 심지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인류의 터전을 옮길 수 있도록 과학 기술 연구에 더 집중 투자해야 하느냐 등등 현재 지구생태계의 위기와 대안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인간의 삶이 수천 년, 수만 년 후의 지구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수 만년 후 어떤 지적 생명체가 <인류세>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지금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살았던 한 종이 너무 왕성하게 활동한 나머지 그 행성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고 기록할 지도 모르겠다. 혹은 수십만 년 후  지구에는 먼지바람 속에서 거대 들쥐들이 왕성하게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위기의 <인류세 1기>를 일단락짓고 새로운 마커를 가진 <인류세 2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세>의 시작을 정하고 그 특징을 스스로 규정한 최초의 생물인 인류는 그 마지막도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 마지막이 어떤 모습을 띄게 될지, 언제가 될지는 온전히 지금 우리에게 달려있다.

일본의 핵오염수 바다 방류는 지금 우리가 먹는 생선이 안전하냐 아니냐의 논쟁을 뛰어넘어, 앞으로 진행될  <인류세> 동안 바다가 어떻게 달라질지 또 생명체들은 어떤 처지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를 그간의 역사에 비추어 숙려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Herstorie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