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세상 Jul 22. 2023

총. 균. 쇠  그리고 문명의 붕괴

재라드 다이아몬드가 본 문명의 융성과 소멸에 대한 두 가지 고찰

이 책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새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생물진화학과 지리학, 역사학, 언어학 등 다방면에 걸쳐 연구를 넓혀 간 대단한 학자이다. 그는 여러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연구를 종합해 이 책을 썼고 퓰리쳐 상을 받았다. 이 책은 제목과 또 최근에 붙여진 부제(모든 이들의 최근 1만 3천 년간의 짧은 역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류문명의 발전에 대한 독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큰 틀에서 인류의 탄생부터 현재 까지를 조명하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자신이 연구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인 뉴기니아 정치인 얄리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왜 너희는 그렇게 많은 도구나 물건들(cargo)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만의 물건이라고 할 만한 발명품이나 도구 같은 게 이렇게 없는가? >

이 질문에서 촉발되어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어떤 지역의 인간 집단은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번성하면서 나아가 다른 지역의 인간 집단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다시 말해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떻게 유라시아 지역의 문명이 아프리카 서남부 지역, 아메리카 원주민, 열대 동남아시아의 원주민,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과 뉴기니아인 등을 정복하고 이들을 그들의 땅에서 추방하거나 말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각각의 지역에서 발생한 문명의 기술적, 경제적, 군사적 차이가 현재의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워 대충 알고 있는 큰 틀의 역사 속에서 설명한다. 즉 최초 인류가 발생하고 이동한 경로, 그 과정에서 수렵 채취가 정착 농업과 가축화로 진행되는 과정, 문자의 발명, 석기에서 금속의 도구로 이행, 잉여생산에 의해 가능해진 보다 더 큰 규모의 정치, 종교적 조직의 발생, 발명가나 숙련된 기술자, 예술가의 탄생 등을 각 문명의 지리적 특수성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이 설명의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존의 역사 시간에 우리가 듣지 못했던 내용일 것이다. 즉 왜 유라시아 인들이 지구의 다른 지역을 다 지배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가? 그동안 역사적으로 인종적 우월성을 그 이유로 내세워 그 지배관계를 당연시하려는 입장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주장을 하는 집단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유라시아 인종이 아프리카의 흑인이나 동남아의 원주민, 아메리카 원주민 보다 더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저자의 대답은 물론 ‘아니요’이다. 혹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웅의 출몰에서 찾는 경향도 있다. 이런 입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개개의 영웅이 역사의 한 사건, 한 시대를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좀 더 긴 시간으로 볼 때 그 문명 자체의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각 대륙에서 발생한 문명의 운명은 그 문명이 자리한 지리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유라시아인이 다른 대륙의 인간 사회를 정복할 수 있었던 힘은 그들이 가진 무기(총), 도구와 기술(쇠), 각종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균)의 우월함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들 유라시인들이 그러한 총, 균, 쇠를 먼저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유라시아 대륙이 다른 대륙과 달리 동에서 서로 펼쳐지는 대륙의 횡단성이라는 지리적 특징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동에서 서로 펼쳐진 대륙이란 의미는 거의 비슷한 위도에 넓은 대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위도가 의미하는 것은 비슷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한 지역에서 발견한 유용한 씨앗들, 가축화된 동물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가축화, 작목화(가정화)될 수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또 다른 장점은 동에서 서로 이어지는 대륙의 길이 바다나 험난한 산악지대, 열대성 밀림이나 사막 등에 의해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비교적 오래전부터 원활하게 사람과 동물, 물자의 유통이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유통을 통해 한 지역에서 발명된 문자나 도구, 기술 등이 다른 지역으로 쉽게 전파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었다. 또 하나 보다 원초적인 조건은 유라시아 대륙에는 다른 대륙에 비해 식량화 할 수 있는 우수한 영양소를 가진 식물 종자(쌀, 보리, 밀)와 기능성(노동력, 이동력 같은)을 가진 포유류(소, 말, 낙타 등)등이 훨씬 많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은 이집트에서 발생한 초기문명이 남북으로 뻗어진 대륙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남쪽으로 전파되기보다는 유라시아 대륙의 문명으로 포섭되었다. 즉 지금의 에티오피아 남부와 적도 이남 주변의 깊은 밀림, 그리고 서쪽으로는 넓은 사막 등의 자연적 장애 때문에 이집트 문명이 아프리카 대륙의 중남부 지역으로 전파되지 못했고 기후 조건이 크게 달라서 밀이나 다른 농작물의 재배나 전파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도의 차이가 큰 남북 축으로 형성된 대륙의 특징 때문에 인간이 가축화할 수 있는 동식물의 다양성 면에서 유라시아 대륙에 비해 크게 불리한 환경이었다. 또한 고산지대와 남북 아메리카를 가로막고 있는 바다와 열대 우림 등의 자연적 장벽 때문에 아메리카 중서부와 동부 그리고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몇 개의 문명들은 상호교류가 거의 없이 고립된 형태로 존재했고 당연히 도구나 기술의 전파, 상호교환을 통해 더 발전된 기술문명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즉 한 문명에서 발명한 바퀴가 다른 지역에서 가축화된 라마와 결합되지 못해 동물이 끄는 운송수단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동남아시아의 열대지역의 섬들은 인류문명의 발전의 중심지역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바다라는 장벽 때문에 한정된 자원, 정보와 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소외 등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또한 가축화, 식량화할 수 있는 포유류가 없었고(캥거루는 가축화가 대단히 어려운 동물이다), 대륙의 대부분의 땅이 농경이나 목축이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저자가 인류의 대륙 간 이동, 식물과 동물의 가축화와 전파 과정, 각 문명의 발생의 특징과 문자, 도구, 기술 등의 발명과 전파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리적 조건의 차이가 생산력의 차이와 그에 따른 정치적 군사적 조직화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자연자원과 지리적 조건이 흥망을 결정짓는다는 자연 결정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데, 비슷한 지리적 조건과 환경에서 어떤 부족 혹은 국가는 흥하고 다른 부족은 망하는지는 좀 더 미시적인 분석을 통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문명을 세웠던 사람들의 식습관, 영농 방식, 사회적 정치적 제도 역시 문명의 발전 혹은 붕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더 자세하게 각각의 작은 문명들을 관찰하고 분석한 것이 <문명의 붕괴Collapse>라는 책이다. <총, 균, 쇠>의 2부라고 보아도 좋을 만큼 서로 연결되고 보완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해서 재미있는 내용 하나를 소개하자면 유라시아 대륙에서 오랫동안 번성하고 광범위하게 세력을 뻗치던 중국이 왜 15세기 이후 유럽 세력과의 경쟁에서 참패를 당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바로 앞에서 얘기한 정치 체제의 차이가 문제였다고 본다. 큰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가진 중국이었고 국가적 지원에 의해 대규모 선단이 대양을 항해하며 바닷길을 여는데 앞장섰지만 한 번의 실패로 쓴 경험을 한 중국의 황제는 모든 대항해를 중단시키고 더 나아가 항해에 적합한 선박의 건조 자체를 금지시켜 버렸다. 반면 유럽은 각 왕조가 각자 부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태였고 대항해를 재정적으로 지원받고자 하는 개척자들이 이 나라 저 나라를 찾아다니며 군주들을 설득해 기회를 잡을 여지가 넓었다. 이처럼 중앙 집권적이고 전체주의적 정치체제는 어떤 시기에는 그 문명의 능력을 최대화하는데 유용했지만 다른 시기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받아들이는데 결정적 장벽으로 작용하였고 그 결과 중국과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은 20세기까지 유럽인들에게 세계사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들 간의 힘의 역학관계의 변화는 크게는 역시 유라시아 문명 안에서의 변화이고 유라시아 대륙이 다른 대륙에 대해 가지게 된 우월성은 강화될지언정 약화되지는 않는다.


이상이 인간 집단의 운명을 좌우한 총과 쇠의 힘을 주로 설명한 것이라면 균의 힘은 무슨 의미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인간이 보유한 균에 대한 저항력은 이미 그 균을 접하고 그것에 대항해서 싸워 이긴 결과 얻게 된 것이다. 인간이 접하는 대부분의 균은 동식물의 가축화 과정에서 접한 것이다. 따라서 훨씬 다양하고 많은 동식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유라시아 인들은 다른 대륙의 원주민들에 비해 다양하고 강력한 항체를 갖고 있었다. 반면 이런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전혀 갖지 못한 다른 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접촉하자마자 치명적인 병에 감염되어 침략군과의 전투에 의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인구가 전염병으로 몰살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라시아 인들은 훨씬 손쉽게 다른 대륙을 지배하게 되었다. 결국 병균에 대해서도 유라시아 인들이 유리한 입장에 서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인간 집단의 문명이 발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왜 차이가 생겨났는지를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각 문명이 자리 잡은 지리적 자연적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결론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고학적 발견부터 인류문화사적 연구, 언어학적 연구, 사회적 역사적 연구까지 많은 관찰과 연구자료들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럼 결국 우리의 운명은 자연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이 의문에 대답하는 일환으로 저자는 다른 책을 썼다. ‘문명의 붕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초점은 주어진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 집단의 어떤 행동들이 그 문명의 지속 혹은 붕괴를 초래했는가에 맞춰져 있다. 그 목적을 위해 한 때 융성했으나 지금은 확실히 사라진 혹은 붕괴의 길로 가고 있는 작은 문명집단들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한다. 특히 인간집단의 자연에 대한 행위들, 경제적, 정치적 혹은 종교적 목적으로 행해진 행위들이 자연에 미친 영향과 그들 문명의 운명에 미친 결과들을 조명한다.


‘총. 균. 쇠’가 문명 간의 지배와 피지배, 문명 간의 부유함과 가난함의 차이를 부른 원인을 찾고자 쓰였다면 ‘붕괴’는 어떤 문명 자체의 성립과 몰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오랫동안 유지되고 발전하던 문명이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처한 문명이 유지되는 반면 한때 융성했던 문명은 왜 갑자기 몰락해서 자취를 감추고 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비교적 소규모의 인간집단의 형성과 멸망에 대한 사례연구들을 하는데 그 연구의 기본 틀을 크게 보면 역시 하나는 지리적. 자연적 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속에서 살던 인간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행위가 낳은 결과들이다. 저자가 자신의 사례연구의 기본 분석틀로 제시한 것은 1)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2) 위기 때 도움을 받고 교류가 가능한 가까운 우호적인 집단의 존재, 3) 혹은 적대적 집단의 존재 등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그 사회의 안정적 번영을 가능하게 했는지 혹은 어렵게 했는지를 규명한다.  마지막으로, 4) 사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집단의 노력-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을 들여다 봄으로써 그 문명집단은 어떤 경제적, 종교적, 정치적 활동을 했는가,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첫 번째 책과 비교해서 보자면 자연적 조건 못지않게 이러한 인간의 선택과 행위에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의 초점이 집중되어 있다. 즉 주어진 자연적. 지리적 환경 속에서 살던 인간집단이 어떤 생활양식, 종교, 경제활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연조건을 급속히 악화시키며 그 집단의 붕괴 자체를 초래하기도 하고 혹은 오랫동안 그 문명을 유지하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문명의 주체로써의 인간의 역할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관점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여러 문명의 성립과 붕괴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을 서술한다.

예를 들어, 거인의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과 그 주변의 폴리네시아 문명을 비교한다. 막강한 정치적 종교적 조직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거대 석상을 만들어 낸 문명이 왜 주변의 다른 섬과 달리 붕괴하고 사람이 살지 못하는 섬으로 변하고 만 것일까? 또 아메리카의 마야문명이나 아나사지 문명의 붕괴는 무엇 때문일까? 그린란드에 정착한 바이킹의 후예들은 얼마 안 되어 급속한 붕괴를 맞이하는데 그 부근에 이주한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어떻게 지금까지도 그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남아 있는가? 일본과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숲을 둘러싸고 내린 집단적 결정과 행위, 그 결과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여기서 한국인 독자들이 흥미 있게 읽을 만한 대목이 있다. 재라드 다이아몬드는 한글의 창시과정과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대단히 칭찬을 한다. 또 고대 한국인의 언어와 한글이 일본 언어와 글자에 미친 영향, 한국인의 조상이 일본 문화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서술한다. 그런데 이 고대 한국인이 일본 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일본 학계의 대립된 입장 즉 일본 문화의 독자성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오히려 고대 일본이 한국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식의 반대되는 입장도 존재한다고 소개한다. 그러한 입장 차이에 대해 재라드 다이아몬드가 더 이상의 깊이 있는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이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최재천 교수가 재라드 교수와 인터뷰하면서 들었다는 얘기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최 교수가 일본 문명에 대해 칭찬을 한 재라드 교수의 책 내용에 대해 한국인 독자의 입장에서 섭섭함을 표하자 재라드 교수가 자신의 서재 한쪽 벽면을 가득히 채운 일본에 대한 연구서적들을 가리켰다고 한다. 반면에 자신은 한국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겨우 두 권의 책 밖에 못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학자들의 책이 더 많이 영어로 번역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제라드가 이 책에서 주장한, 언어가 한 문명에서 가지는 역할을 적나라하게 되새기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시기 중심 문명의 언어에 포섭되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 문명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가 없다. 독립적인 언어와 문자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문화의 중심부와의 소통도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심적 문화는 변방의 혹은 소수의 문자와 언어가 가진 다양성과 독창성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포섭할 때 더 풍요롭고 생명력 있는 문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라드 다이아몬드가 <문명의 붕괴>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문명은 풍요로운 자연조건 위에 세워졌지만 인간집단이  더 이상 그 문명을 지탱해주지 못할 정도로 자연을 착취하거나 오용하여 붕괴되고 말았다. 혹은 그 자연을 잘 다스리고 가꾸어 풍요로운 문명을 지속시키기도 했다. 또는 자연조건과 맞지 않는 식습관, 영농방식을 고집하여 스스로의 소멸에 이르기도 하고, 엄혹한 자연조건 속에서도 그 조건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 문명을 유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리적 조건과 자연환경은 문명의 발생과 융성에 필수적인 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인간의 대응이 빠르던 늦던 그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오늘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머지않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은 역사를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마지막으로 21세기 인류 문명의 흥망은 과거와 달리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운명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세계는 이미 하나로 통합되어 있고 한 지역, 한 나라의 결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결정을 위해 너무 늦지 않게 전지구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집단착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