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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상 Sep 16. 2023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자연과 인간의 연대

 자연이 품은 비밀스러운 지혜/자연의 일부인 인간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자연의 생명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숲에는 나무와 들꽃, 새와 사슴처럼 우리 눈에 잘 띄는 생명체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 풀숲에 사는 작은 곤충들 뿐만도 아니다. 땅 속에는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주는 곰팡이의 네트워크도 있고 작은 미생물도 수없이 많다. 이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엮여있으며 그 연결망이 끊어지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자연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를 추방한 뒤 일어난 생태계 변화를 들 수 있다.

국립공원 근처 농장의 농부들이 늑대가 가축을 해칠까 염려하여 늑대를 죽이기 시작한다. 국립공원 내 마지막 늑대무리가 말살된 것은 1926년, 개별적으로 한 두 마리 눈에 띄던 녀석들도 1930년 무렵에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 결과는 노루나 사슴 같은 큰 채식동물의 급속한 번성이다. 맹수의 위협에서 해방된 사슴들은 지속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원의 넓은 구역을 헐벗게 만들었다. 특히 강둑의 부드러운 풀들과 어린 나무들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새들의 먹이가 줄어들자 새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강가의 버드나무나 포플러에 의존해 사는 비버들도 피해를 크게 입었다. 강둑은 폐허가 되고 땅을 보호해 줄 식물이 사라지자 계절적 범람과 침식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서 초지까지 침식하고 강줄기가 바뀌는 일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다. 

늑대를 없앤 농부들은 그것이 강줄기까지 바꾸고 초지를 침식하게까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결국 공원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1995년 캐나다에서 생포한 늑대를 옐로우스톤 공원에 풀어놓게 된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공원에서 일어나는 생태계 복원 현상을 과학자들은 ‘영양의 폭포수trophic cascade’ 현상이라고 부른다. 즉 생태계의 변화가 먹이사슬의 맨 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연달아 전달된다는 뜻이다.


연어와 곰, 가마우지와 송어의 먹이활동 역시 단지 그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숲의 토양과 나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바다 생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강에 댐을 건설해 연어와 같은 회귀성 어류를 막는 행위는 단지 연어의 개체수 감소뿐만 아니라 곰과 숲의 토양과 강과 바다도 포함한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땅 속을 흐르는 지하수도 그들의 에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이 시스템이 깨지면 그 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는 나무와 숲의 생존에 문제가 된다. 이 지하수의 에코 시스템을 가장 위협하는 것이 인간이 지하의 가스나 광물자원을 얻기 위해 수압으로 암석을 파쇄하는 행위(fracking 공법)이다.


이 밖에도 피터는 나무와 사슴의 애증관계, 나무와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 가문비나무와 딱정벌레, 곰과 늑대와 까마귀의 관계 등 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삶을 영위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키우기 위해 겨울숲의 사슴 등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행동이 왜 사슴들을 병들게 하고 죽게 만드는지 설명한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처럼 서로 얽혀 있는 생물들의 네트워크는 인간이 그 모든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이익을 위해 어떤 동물의 번성을 돕거나 퇴출시키는 것은 물론, 소박한 연민으로 먹이를 주는 행동조차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순진하고 호의적인 행동이 자연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자연은 (물론 우리가 개입해서 훼손시킨 극단적 상황 즉 전 지구적 멸종 생물이나 식물들을 복원시키는 경우는 제외하고)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스스로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비밀연대>는 전반부는 인간이 여전히 자연의 일부임을 설명하는데 할애된다. 후반부는 자연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은 자연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앞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연구결과와 실제 경험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는데, 앞의 책들을 읽은 독자라면 겹치는 설명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앞서 설명하던 주제와 딱히 연결되지 않는 사례들도 끼어들거나 옆길로 새기도 한다. 본인이 후기에서 밝힌 대로, 뭔가 새롭고 놀라운 발견이 이뤄지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것이 독서의 진도를 약간 방해하기는 하는데 그럴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의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인간의 감각기능이 동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일반적 견해에 대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눈은 세 개의 원추세포(cone)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동물과 달리 모든 색깔을 식별할 수 있다. 

녹색의 세포 하나만 가진 돌고래는 세상을 흑과 백의 명암으로만 볼 수 있다. 녹색과 파란색 두 개의 원추세포를 가진 개와 고양이는 더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지만 붉은색과 노란색, 녹색이 모두 같은 색으로 보인다. 이들은 세상을 파란색과 파란색 아닌 색으로 본다.

인간이 붉은색의 원추세포를 가지게 된 것은 농익은 과일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진화한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피터는 인간이 색깔을 보는 능력은 유전적 능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배경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상당히 오랜 시간 우리는 바다의 파란색을 구별하지 못했으며, 오랫동안 인류의 문헌에는 “파란색blue’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같은 색깔의 다양한 차이를 인식하는 능력은 그 문화권에서 길러지는 특수한 능력이고 그 차이를 민감하게 표현하는 언어-단어가 있느냐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인간이 색깔을 보는 능력뿐만 아니라 멀리 보는 능력과 주변시Peripheral vision 능력에서도 유전적으로 지금처럼 다른 동물에게 뒤떨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간의 주변시 능력은 그 해상도는 많이 떨어지지만 어떤 움직임이 위협적인 것인지 우호적인 것인지를 식별하는 능력은 뛰어나다고 한다. 근시가 많아진 것은 확실히 문화적 요인이고 과거에는 인간도 상당히 멀리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피터는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미각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기능에 덧붙여 몸으로 느끼는 육감, 칠감 등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이러한 감각들이 아직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인간의 지각능력은 동물에 비해 열등하다기보다 인간의 필요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특별한 지각능력을 발달시켰다. 따라서 자연세계에서 어떤 능력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적응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이 지녔던 생존에 필요한 지각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약간의 훈련을 거치면 언제든 숲과 초원의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피터는 자신이 관리하는 숲에서 <야생에서 살아남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우리를 자연과 묶어주는 원시시대의 연결끈은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다. 훈련이 부족해서 없어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숲을 거니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여러 실험에 의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실험한 사례에 의하면, 숲을 산책한 팀은 도시를 산책한 팀에 비해 혈압의 저하, 혈관의 탄력성 확장, 폐 기능 확대 등에서 현저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침엽수림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은 잘 알려진 대로 알레르기나 몸의 염증을 조절해 주고 암세포로부터 보호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일도 하는데, 몸속에 들어온 이 물질은 일주일 정도 유지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숲에서 걷기’를 공식적인 처방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숲을 걸을 시간을 공식적으로 승인해줘야 한다!

숲에서 하는 삼림욕이나 노르딕 워킹(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 같은 활동이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택가 단지에 나무 11그루가 더 있으면 그 동네 주민의 평균수명이 1년 반 정도 길어진다는 조사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자연의 약 진열장’ 편에서는 숲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좋은 여러 성분을 가진 나무나 풀들을 소개한다. 두통에 효과가 있는 버드나무껍질, 아픈 목에 좋은 오크 나무껍질, 비타민C와 기타 산성 물질이 많은 소나무 새잎 등…

저자는 이것들을 이용하던 석기시대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것들을 이용함으로써 자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자연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이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소개한다고 한다.


저자는 자연이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이해가 오늘날 숲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잘못된 관행을 유지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피터는 다윈의 진화론 중 ‘가장 잘 맞는 것들이 살아남는다The survival of the fittest’를 가장 강한 것,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한 것Survival of the most well adapted’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늑대나 인간은 그 적응의 하나로 공동체Community를 발전시켰다. 공동체 형성이라는 진화적 적응을 통해 번성하고 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사회적 공동체 안에 자리 잡고 있어야 번성할 수 있다. 나무들에게는 흔히 상업용 삼림 관리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라날 공간의 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밀집해서 함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손대지 않은 생태계가 필요하다. 많은 삼림원들이 숲을 모든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전장으로 생각하고 인간의 도움 없이는 재래종 식물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은 전쟁터가 아니다. 자연은 연대체이다. 

피터는 프랑스의 철학자 에먀뉴엘 코시에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진화의 과정을 인간을 정점으로 계단화하는 형태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모든 생물이 평등하게 연결된 거미줄 망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는 이제 모든 지역에 걸쳐 수십만 년 동안 유지해 온 원래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외래종과 혼합된 생물

종이 만들어내는 매우 혼란스러운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결과가 어떤 것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인간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과는 다르게, 자연을 더 이상 경외심을 가지고 대하지 않는 것 같다. 나무와 자연이 우리의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대가 있었다. 나무를 숭배하는 원시적 종교의식들이 행해졌고 심지어 기독교화된 이후에는 기독교 의식 속에 스며들기도 했다. 이 고대의 나무숭배 의식은 아직까지도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인간의 종교에 대한 생각의 변화나 과학의 발전이 자연을 인간의 발아래 두고 함부로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최근의 과학적 발견들은 인간을 더욱 겸손하게 만들고 주변의 다른 생물들을 같은 생명체로써 존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피터는 자신의 나무사랑을 나무를 숭배하는 종교적 성향이나 낭만주의자들의 현실도피주의의 일환으로 취급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철저히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글을 쓰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의 책의 많은 부분이 과학적 연구와 실험, 관찰 결과에 할애되고 있는 것은 그의 이러한 입장에서 기인한 것일 터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취하고 있는 행동 중 잘못된 것들을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해 플라스틱 대신 나무 재질의 상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결코 대안이 아니다.

나무를 탄소중립 물질로 보는 언론이나 그에 기반한 규제들은 잘못된 것이다. 

어떤 발전소에서는 그동안 사용하던 석탄 대신에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나무를 석탄 대신 태우는 경우 3배 이상 탄소가 더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로 된 제품들이 폐기되어 썩거나 불에 태워지면 나무가 보존하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발산된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5.5배 높다고 한다.)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나무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쿨링 시스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나무로 된 제품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하는 것은 더 넓은 숲의 파괴를 의미하고 지구의 쿨링 시스템의 파괴를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이중의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인공 조림 삼림에 침엽수를 단일하게 심는 것의 위험성이다. 주로 목재를 얻는데 유리해서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침엽수들만 단일하게 심었을 때 이들은 폭풍 등의 재해에 약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된다. 원시림은 대부분 활엽수들로 이뤄져 있고 이들은 기후변화나 각종 병충해에 더 강하다. 



기후변화와 싸울 수 있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덜 쓰는 것과 숲을 원시의 자연 형태로 최대한 복귀시키는 것이다.

    

     (나무를 연료로 쓰는 한 발전소에서 훗날 자신들이 방출하는 탄소를 포집해서 맥주 공장에 팔아 맥주에 

     가스를 집어넣는데 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피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맥주를 다 마실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맥주를 마실 때 대부분의 가스는 가스방울로 터져 나오고 남은 것들은 사람들에 의해 

     나중에 간접적으로 다시 방출되지 않느냐고 비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소를 터트렸던 유일한 대목이다.)


원시 상태의 숲은 지구상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특히 유럽에는 전혀 없다. 그나마 좀 오래된 숲을 지키는 것은 그만큼 더 중요하다. 피터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원주민들이  <그레이트 베어 레인포레스트The Great Bear Rainforest>  숲을 지키기 위해 벌인 운동이나 폴란드 국경지역 오래된 숲을 지키기 위한 <나무 위 집 짓기운동> 등을 지지하는 각종 언론 인터뷰나 기고활동을 펼친다. 그가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두 말이 필요 없는 당연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자신이 직접 관여한 이러한 원시림 보호운동의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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