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세상을 위해 추천하는 책 (2)
<시간 속의 이방인들Strangers In Time>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이비드 발다치David Baldacci의 최근 작품이다. 발다치의 작품들은 주로 권력가들의 거대한 음모와 이에 대항해 싸우는 탈법자Out law들, 혹은 스파이물이나 수사물이다. 구성이 탄탄한 스릴러들이어서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든 작품들이 많다. 카멜클럽 시리즈가 유명하다.
최근 작품인 <시간 속의 이방인들>은 그간의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다. 작가가 주로 썼던 장르물 보다는 전통적 문학작품의 분위기에 가깝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에 의해 폐허로 변한 런던이 무대이다.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14살 소년 찰리 매터스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인간의 잔혹함과 배신에 의해 역시 부모를 잃은 15살 소녀 몰리 웨이크필드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소년과 소녀가 자신들 나름대로의 도덕적 원칙을 지키고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며 서로를 지켜 나가는 과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도 사랑과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폭격으로 파괴된 런던은 다만 건물들만 파괴된 것이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줘야 할 사회 시스템도 망가졌고 약자는 강한 자들의 위협을 피해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나름의 윤리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이 어린 소년의 생존기가 마음을 끌어당긴다. 또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된 상태에서 유모와 함께, 나중에는 폭격으로 유모와 집을 다 잃은 15살 소녀가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잃지 않고 고아가 된 소년을 친구로 받아들이며 폐허가 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리고 이들을 돕는 서점 주인 이그나시우스 올리버라는 어른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보호막이 된다. 또한 자신의 삶 보다 더 사랑했던 아내의 비극적인 죽음을 가슴에 담고 외롭게 살던 올리버에게 아이들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전쟁이 만든 인류의 도덕적 기준의 붕괴, 휴매니티의 극단적 위기는 이 소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공중폭격에 의해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현실은 기본이지만, 찰리가 거리의 부랑아 친구들로부터 받는 위협, 찰리와 그의 친구들을 향한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무시무시한 폭력, 몰리의 어머니가 겪은 잔인하고 참혹한 폭력과 이를 은폐하는 정부, 자신이 생명을 바쳐 헌신했던 국가의 배신을 참을 수 없었던 몰리의 아버지가 한 극단적 선택, 올리버의 아내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들은 모두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타락시키며 도덕적으로 취약한 존재로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던 이들이 신뢰와 애정을 베풀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희생하는 모습, 결국에는 잃어버린 가족 대신에 새로운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는 과정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위안이 되어 주었다. 세상이 너무 파괴적이라고 느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힘이 없어지는 것을 느낄 때, 그냥 뭔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