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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네이트의 진짜 부작용

에세이

by 로움


저녁으로 초코 프로틴 볼을 먹었다. 양치를 했는데, 깨끗하게 닦였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양치를 두 번 했다.


왜소치 두 개에 라미네이트를 씌운 이후 이가 빠지는 꿈을 종종 꾼다. 꿈에서 이가 빠지는 방식도 여러 가진데, 어떻게 빠지든 통증은 없다. 이런 꿈을 꿀 때면 눈을 뜨자마자 검색창을 연다.


<이가 빠지는 꿈. 이가 빠지는 꿈은 내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 다치거나 해를 입는 꿈입니다.>



친절한 악담. 2년째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이 것을 '라미네이트 부작용'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부작용은 이가 시린 게 아니라 심리적인 거야. 부작용은 수시로 나타났다.



애인과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 내 앞니 두 개 라미네이트다.'라고 고백했다. 우리 엄마는 뭐더러 그런 걸 말하냐고 할 테지만, 내가 겪고 있는 부작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고백은 밑밥이기도 했다. 라미네이트가 떨어지며 내 왜소치아가 나오는 상황을 대비한.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라미네이트를 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그때, 나를 본 상대방의 표정과 나의 표정. 어색한 공기의 흐름.



그날, 라미네이트를 씌우기 위해 치아 표면을 깎았다. 치아 표면을 깎은 후, 의사는 내 모습을 확인시켜줬다. 그의 목소리는 친절했다. "지금 이렇게 되었거든요." 안 그래도 작았던 내 치아는 더 작아져, 잘 보존된 해골 같았다. 두 번다시 볼 수 없는 나의 작은 치아. 내 옆, 그리고 옆, 그리고 옆에 170도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공유된 감정. 그는 다시 나의 눈을 가리고, 몇 주 전 주문한 라미네이트를 끼워주었다. 가지런한 치아를 갖기 위해 치아를 갈아내는 일엔 통증이 없었다.



그는 또 다른 것을 파고 덮기 위해 황급히 자리를 떴고, 치위생사가 다가와 라미네이트 관리법을 안내해주었다. '라미네이트를 잘 관리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야 해요. 또, 변색이 되지 않도록 양치를 잘해줘야 해요. 그리고 또, 딱딱한 음식은 최대한 피해야 해요. 또...' 들키지 않기 위한, 간단하지만 번거로운 일들. 나는 가지런한 치아를 위해 그 일들을 2년간 해왔다. 그것은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일'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도 했다.




두 번의 양치를 끝낸 후, 혀로 앞니를 살짝 눌러보았다.

여전히 내 치아는 가지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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