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시 설계도를 펼치다

by 이영찬

연재 1화. 프롤로그 - 다시 설계도를 펼치다


은퇴를 맞이한 어느 날, 저는 제 삶의 앞자리에 놓인 긴 공백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길 뒤에는 성취와 피곤이 뒤엉켜 있었고, 앞으로 펼쳐질 시간 앞에서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이제 나는 누구인가? 무엇으로 나를 다시 정의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제 가슴을 오래도록 붙잡았습니다.


삶에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저만의 설계도를 펼쳐 보기로 했습니다.


이 설계도는 단순히 은퇴 이후의 생활계획이 아닙니다.
저의 전 생애를 꿰뚫어온 가치와 경험,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깊고 충실하게 살기 위한 이정표입니다.


저는 오랜 세월 동안 폴 J. 마이어(Paul J. Meyer)의 사상과 철학을 가까이하며 배웠습니다.


그는 1928년 미국 텍사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 스스로 책을 탐독하며 성장했습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첫 사업을 시작했지만 연거푸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고, 결국 자기계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교육가로 우뚝 섰습니다.


그의 저술과 강의는 전 세계 6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명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목표 설정(Goal Setting)’이라는 개념을 현대적으로 정립하고,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에 불을 붙인 사람이 바로 그였습니다.


그가 강조한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미래는 당신이 오늘 세운 목표의 산물이다.”
저는 이 문장을 삶의 표어처럼 붙들고 살아왔습니다.


2006년 12월, 저는 그의 고향 텍사스 웨이코(Waco)에 있는 자택을 직접 방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겨울 바람이 차갑게 불던 날, 저는 폴 J. 마이어와 마주 앉아 두 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당시 78세였지만 눈빛은 맑고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그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삶은 언제나 새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지금, 오늘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용기입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저는 마치 인생 후반전을 향한 불씨가 제 안에서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의 프로그램인 ‘패스트 스쿨(Fast School)’을 수료하고,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강연과 워크숍에서 사람들은 공통된 깨달음을 얻곤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지금 선택하는 작은 목표 속에 숨어 있다.”


저 자신도 그렇게 한 걸음씩, 작은 선을 덧그리듯, 다시 설계도를 그려 왔습니다.


폴 마이어는 토탈 퍼슨(Total Pers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의 삶은 부분적으로만 채워져서는 결코 완전하지 않습니다.


영적, 가족, 건강, 재정, 지성, 사회 — 이 여섯 영역이 균형을 이룰 때 인생은 가장 단단하고 아름답게 굴러갑니다.


저는 이 원칙을 제 삶의 중심에 두었고, 은퇴 이후에도 변함없는 나침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1948년에 태어나 올해로 76세가 되었습니다.
긴 세월 동안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붙들어야 할 것은 균형 잡힌 삶이라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욕심을 부릴 나이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더 따뜻하게, 더 의미 있게 채워 갈 때라고 믿습니다.


이 연재는 바로 그 여섯 영역을 하나씩 짚어가며, 제가 걸어온 길과 지금 다시 세워 가는 인생 후반전의 설계도를 나누려는 시도입니다.


그것은 화려한 이론이 아니라, 제가 직접 살아내고, 때로는 넘어지며 다시 일어섰던 경험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는 짧지만, 마치 현관문과 같습니다.
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독자 여러분과 저는 함께 여정을 시작합니다.


혹시 지금, 저와 비슷한 질문 앞에 서 계신 분이 계실까요?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


그렇다면 이 글이 작은 불씨가 되어, 여러분의 설계도 위에도 새로운 선 하나를 그려 주길 바랍니다.




다음 화에서는 제가 은퇴 이후 처음 맞닥뜨린 질문과 공허 속에서 어떻게 첫걸음을 내디뎠는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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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재는 브런치북 『토탈퍼슨-후반전의 길』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삶의 방향을 찾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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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