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사학, 15년만에 세계적 대학 반열에

연세대·고려대의 글로벌 승부수, 대학 사회의 경쟁

by Clara Shin

테니스 경기를 지켜보며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에서 결승 진출자와 준결승 진출자가 나누는 대화에 있다. 경기 중에는 상대의 빈틈을 가차 없이 파고들며 치열하게 공격하지만, 라켓을 내려놓은 두 사람은 이내 오랜 친구로 돌아간다. 승자는 패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이러한모습은 한국 양대 명문사학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관계와도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양교는 학생들 사이의 자존심 대결뿐만 아니라, 대학의 명성과 발전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이어왔다.


충격과 혁신: 세계 대학 평가가 가져온 변화

두 대학은 설립 배경부터 뚜렷한 개성을 지닌다. 연세대가 선교사 언더우드에 의해 세워져 일찍이 서구적 학풍을 받아들였다면, 고려대는 민족사학이라는 굳건한 자존심을 바탕으로 고유의 발전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로 옮겨간 기점은 2000년대 중반 세계 대학 평가였다. 당시 연세대는 고려대에 순위가 뒤처졌다는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는 학교의 대외적 위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강력한 내부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학 본부는 대책팀을 꾸렸고, QS 등 외부 전문 기관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여 연구 실적과 평판도를 높이기 위한 행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평가를 위한 대학의 연구문화 전환이 대학사회에서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됨에도, 대학 발전을 향한 공동의 의식은 큰 갈등 없이 체질 개선을 성공시켰다.


연세대의 승부수: 송도 캠퍼스와 바이오 클러스터

또한 연세대학교는 공간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2010년 송도 캠퍼스 이전을 결정한 뒤, 이곳에 바이오 관련 학과와 국제학부 등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모든 단과대학 신입생을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재학하게 함으로써 송도를 바이오와 융합 학문의 요람으로 키워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국가 차원의 대형 국책 사업들을 따내는 것은 물론, 인근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SK 등 글로벌 기업과의 강력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다. 서울을 벗어나 우수한 연구 인력과 첨단 시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진통도 있었으나, 이를 잘 수습하며 국제화와 연구 실적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었다. 그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연세대를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그 인지도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고려대의 전략 : 국제화 드라이브와 이공계 강화

고려대학교 역시 변화의 파도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본래 국제화는 연세대의 강점으로 인식되었으나, 고려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를 따라잡기 위해 국제대학원과 국제학부를 신설하는 등 강력한 국제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인문계열이 강했던 학풍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기업 협력을 통해 이공계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재정 확보와 국제 논문 게재 수를 늘리기 위해 이공계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문과계 학생들의 불만에 부전공과 복수전공 제도를 확대하며 학내 문제의식에 대응했다. 이는 정부의 LINC나 PRIME 사업 같은 재정 지원을 발판 삼아 대학에 대한 국제적 평가를 높이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스스로 조성해 나간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동반성장의 결실: 세계 100위권의 나란한 진입

이처럼 서로를 '페이스메이커' 삼아 달려온 결과, 연세대와 고려대는 놀라운 성취를 거두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200위권 밖에 머물던 두 대학은, 2020년 이후 나란히 세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이례적인 역사를 썼다. 양교의 치열한 경쟁은 서로를 갉아먹는 소모전이 아니라, 외부의 도전에 맞서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의 명문 사학인 게이오와 와세다 대학처럼, 우리나라의 두 사학 역시 나란히 세계 무대에서 그 위상을 떨치게 된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 빚어낸 이 값진 결과 또한 한국 고등교육 발전역사의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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