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060 세대에게 던지는 화두
설과 추석이 다가오면 대한민국은 어김없이 거대한 이동을 시작한다.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뉴스에선 실시간 교통 정보를 쏟아낸다. 부모를 뵙는 일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긴 연휴가 끝난 뒤 우리는 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이 시간을 정말 잘 보냈는가.”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과거와 판이하다. 맞벌이가 일상이 되었고 자녀 양육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드물게 찾아오는 연휴는 현대인에게 절실한 ‘재충전’의 기회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이 같은 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집단적 이동을 연 2회나 고수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한번정도로 줄이면 어떨까?
효도의 본질은 날짜가 아니라 진정성에 있다. 설과 추석 중 한 번은 각 가정의 상황에 맞춰 온전히 휴식하고, 다른 시기에 부모를 찾아뵙는 유연함이 보편화되면 좋겠다.
결혼한 부부가 양가를 번갈아 방문하거나 각자의 부모를 방문하는 문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암묵적 관성'이 힘을 발휘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가정이 남편의 부모님댁을 먼저 방문하고 아내의 부모님댁으로 이동한다. 이것은 누구의 부모가 더 중요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룬 두 성인이 어떻게 삶의 균형을 맞추느냐의 문제다.
특히 3040 세대는 직장과 가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분투하는 시기다. 휴게소에서 아기를 안고 지친 기색으로 서 있는 젊은 부부들을 볼 때면 안쓰럽다. 이 와중에 한쪽의 서운함까지 있다면 최악이다. 남편의 집을 우선하는 가부장적 관습은 2026년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늘의 작은 합의가 내일의 새로운 관습이 되어야 한다.
변화의 열쇠는 지금의 5060 세대가 쥐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 고등교육의 대중화를 이끈 세대이자, 전통과 변화를 동시에 경험한 주역들이다. 시어머니가 된 이 세대가 먼저 "올해는 편하게 쉬어라", "차례는 간소하게 하자" "오느라 고생했는데 쉬어라"라고 말하는 순간, 문화는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명절 노동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댁을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닌 '친정처럼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 이것은 전통을 무너뜨리는 파괴가 아니라, 변화된 시대에 맞게 전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보존'의 방식이다.
명절이 또 하나의 과제가 된다면 모두가 지칠 뿐이다. 위와 같은 제안이 아직도 누군가에겐 터무니없이 들릴지 모르나, 이미 깨어 있는 많은 가정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일부 용기 있는 부부들만이 누리는 '쉼'의 권리가 모든 젊은 세대의 보편적인 풍경이 되길 소망한다.
가야만 해서 가는 부모님 댁이 아니라, 정말 가고 싶어서 찾는 안식처가 되는 것. 명절이 의무의 이행이 아닌,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는 시간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연휴 끝에 "참 잘 보냈다"고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