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shell Shin Mar 31. 2022

서울에 대학이 너무 많다.

지역의 대학생태계 조성,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으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좋은(“학생들이 입학하기를 희망하는”의 의미이다) 대학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도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서울에만 이렇게 좋은 대학들이 많은 것은 지역균형발전과 청년층의 실업과 불만족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문제라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계획에서 왜 대학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이 없었을까 하는생각을 한다. 사학의 자율성과 연구와 교육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무지몽매한 발상이라고 비판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주요 수도권 대학의 완전한 지방이전은 매우 힘들다 하더라도 일부를 지방에 유치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법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입시에서 다수의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을 서울에 집중시키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교육행정가의 고백이 생각난다. 현재의 대학 지형은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에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집값 생활비 등 살인적인 물가에서 4년을 공부하며 버텨야 하며, 서울에서 4년여를 지낸 학생들은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하고 그렇지 못하고 낙향하는 경우 인생의 낙오자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뉴욕, 런던, 베이징, 도쿄 어느 대도시에도 이처럼 좋은 대학들이 한 도시에 몰려있는 국가는 없다. 우리가 대학 혁신의 모델로 삼고 한국의 규제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하는 미국의 경우, 우수 사립대학이 지역에 곳곳에 산재하여 지역의 산업발전과 문화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지역의 거점중립대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서울 집중을 완화하기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 대부분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지역대학만을 발전시키는 전략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1980년대 대학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지역에 우수사립대의 분교설립을 허가했던 사례를 떠올려본다. 상황과 목적은 다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세대가 10년전 송도에 캠퍼스를 확대했을 때, 학생들과 교직원의 갈등이 생각난다. 1학년 학생들의 선후배들과의 단절, 교육의 질 저하, 교수진들의 불만 등등 송도로 가지 않으려고 갈등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송도가 바이오 거점 기지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연세대는 굵직한 국책사업들을 수주하며 바이오산업의 메카가 되가고 있다. 사실 연대는 송도캠퍼스 일부 이전으로 모든  대학이 희망하는 약대 정원을 확보할 수 있었고, 현재 송도캠퍼스는 넉넉한 입지조건과 첨단환경하에 국내외 기업과의 산학협력과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 대학의 역할을 확장해가며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대구에 S 대 캠퍼스, 광주에 J대 캠퍼스, 부산에 K대 등등 이런 상상은 하기 어려운가? 학생들이 굳이 생활비 비싼 서울까지 오지 않고 4년동안의 일부라도, 지역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고, 미국처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대학시절에는 서울이나 고향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험을 하며,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나라 곳곳이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가기에 멋진 곳임을 알게 되는 사회가 되도록 뭔가를 시작해 갔으면 좋겠다.

     우수사립대학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지원하는 일. 현지의 대학의 반대와 또 이전을 고려하는 대학 내에서 이견과 갈등이 충분히 일어날 소지가 높은 정책이고 절대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여러가지 법률 개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복잡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우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노력하는 것처럼 서울에서 좁은 공간과 높은 물가로  유학생과 외국인 교수진을 영입하거나 새로운 연구시설을 확충해 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대학이 스스로 지역으로 일부를 이전할 수 있도록 여건과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혼자 이런 생각을 하다가 뉴스 검색을 해보니 이미 벌써 이러한 논의가 상당히 진행이 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전문가는 매우 힘든 일이고 지금 시작해도 10년은 걸리는 일이라고 했다. 10년,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이미 매우 늦었지만, 10년 전에 시작했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면 10년후면 지역에도 거점국립대와 일부가 이전한 사립대가 경쟁하면서 상생발전하는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을까? 사립대학은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성이 강한 기관이다. 기성세대가 좀 손해를 보고 좀 불편해 지더라고, 단기적으로 비효율성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정책들이 대학생태계에서도 시작되길 기대한다. 교육부가 할 일이 많다.

작가의 이전글 밥해주는 대통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