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유학 강국 실현의 열쇠
2년 전 주한 호주대사관 행사에서 들었던 "대학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입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호주 경제에서 유학생 유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고등교육은 국가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호주는 일찍이 '도킨스 개혁(Dawkins Revolution)' 등을 통해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대학 지원을 확대해 왔으며, 특히 지역 대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교육과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본다. 우리에게도 대학은, 그리고 그곳을 찾아오는 유학생은 지역을 살릴 소중한 자산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역 사회에서 외국인 밀집 지역은 기피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거리에 젊은 활기가 돌고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이 긍정적인 불씨를 살려야 한다. 대학은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지역으로 데려오고, 지자체는 이들이 낯선 땅에 잘 적응해 정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지역 소멸을 막는 주요한 정책이 되고 있다..
이제는 개별 대학이 각개전투로 유학생을 유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의 공동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대규모 대학과 달리 여건이 어려운 중소규모 대학들을 위해 지자체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대학 간의 벽을 허무는 시도도 필요하다. 지역 사립대의 유연한 유치 활동과 국공립 거점대의 탄탄한 교육력을 결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립대가 학생을 모으고 거점대의 인프라로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지역 전체의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미 부산에서 진행 중인 '부산 공유대학' 실험처럼, 교육력을 지역의 공동 자산으로 만드는 지길을 열어야 한다.
유학생이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유치전략으로서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주거 안전망 구축과 지역 사회의 자원 발굴이다. 얼마 전 한 국립 거점대학에서 기숙사를 유학생 전용으로 전환하려다 내부 학생들의 반발로 계획을 수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대학 내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교환학생 등 다양한 유학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학 기숙사를 넘어 지자체가 주도하는 홈스테이 자원 발굴이나 지역 내 주거 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 지역에 가면 적어도 잠자리 걱정은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대학만의 숙제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과제다.
둘째, 재정 체계의 합리화와 공격적 유치를 위한 규제 혁신이다. 국립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현실화하여 사립대와의 과도한 격차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대학들이 제도적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등 주요 평가 시 장학금 수혜율 지표를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대학들이 우수 인재 유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실질적인 취·창업 지원과 지역 밀착형 산학협력 체계 가동이다. 유학생이 졸업 후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지자체가 직접 지역 기업의 인력 수요를 발굴하고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유학생에게 풍부한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과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유학생 지원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 내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유학생이 한국 학생과 차별 없이 동일한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들이 지역 산업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때 유학생은 지역 경제의 든든한 동력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를 방문했을 떄 모바일로 브로모섬을 무박으로 다녀오는 여행프로그램을 활용해 본적이 있다. 모바일로 연결된 세상이다. 우리 대학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한국의 숨겨진 명소를 본국에 알리는 창업가나 비즈니스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다면 지역의 큰 자산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 5대 유학 강국'의 성패는 이제 지역에 달려 있다. 교육이 지역을 돕고 지역이 교육을 품는 단단한 연대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대학은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며, 유학생은 그 자산을 꽃피울 핵심 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