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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hell Shin Mar 24. 2024

용감한 카자흐스탄 친구

3명의 부모님과 3 명의 아이만 데리고 서울에 온 친구의 모험

    마닐라에서 카풀이 인연이 되어 사귀었던 친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3 살 딸아이 이를 발치해야 해서 한국에 오는데 혹시 아는 소아치과의사가 있냐는,, 동생에게 연락하여 조카 치과연락처를 받아 전달하고 토요일에 같이 가주기로 하였다. 병원에서 만나보니, 아이 아래턱이 부어있었고 필리핀 의사는 이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걱정으로 긴장한 친구와 접수를 하고 진료를 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편은 해외에 있고 지금 친정 어머님, 시부모님, 애들 3 명을 혼자 데리고 한국에 왔고, 한 아이는 이에 문제가 있고, 둘째 아이는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고 약을 소개해 달라 한다. 병원에는 딸아이만 데리고 왔다. 부모님들은 13세 아들이 모시고 안국동 근처를 관광 중?

   이를 뽑지 않고 신경치료로 가능한지 보자는 의사의 말에 안도하였고 20분 정도의 신속한 치료로 아이의 치료가 마무리되어 무척 기뻐하였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에 키즈카페와 쇼핑몰에 데리고 가 그녀와 딸을 위한 관광을 조금 시켜주었고, 저녁에 다시 보기로 하였다. 3명의 부모님과 3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여행은 쉽지 않았을 것 같고 저녁식사 시간을 못 맞추고 다음날 보기로 하였다. 다음 날 벚꽃을 보고 싶다는 부모님을 위해 버스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에 갔다 해서 한강변에서 가지고 간 음식으로 식사를 같이했다. 딸아이의 부은 곳은 많이 가라앉았고 기분도 좋은 것 같았다. 그녀의 부모님들과 세 아이를 같이 봤다. 따뜻한 날씨에 더할 나위 없는 피크닉이었다.

   What an amazing woman she is!  데미무어를 닮은 그녀가 이런 대식구를 데리고 이러한 모험을 감행한 것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 애들을 다 키우고 이제 우리 자신만 챙겨도 되는 간편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중에 나의 초보 엄마시절이 생각났다. 힘들었다고 할만한 건, 4 살 6 살 애들 데리고 미국 서부에서 동부여행 간일? 인터뷰가 갑자기 잡혀 남편은 가지 못하고 나만 애들을 데리고 가 보기로 했다. 보스턴공항에 새벽 5시 반에 도착해서 졸린 애들을 데리고 도심으로 버스 타고 들어가 하버드 대학 앞 식당에서 했던 조식이 생각나고,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기차 타고 가던 풍경이 기억에 남아있다. 생각해 보면 옆에서 보면 좀 심난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 근무하러 갔을 때 남편이 3 달정도 늦게 합류하면서 중학생 초등학생이 된 애들이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면 역에서 픽업했던 일이 생각난다. 참 조마조마한 날들이었고 분주한 날들이었다. 그녀를 보며 젊은 날의 나를 잠깐 회상해보게 되었다.

   그녀는 카자흐스탄 지방도시에서 공부를 하다 국가장학생에 선발되어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정부에서 의무로 한 5년을 근무하였고, 또 미국으로 가 석사를 한 후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다 지금은 국제기구에 근무 중이다. 두 번째 유학에 따라 또 의무복무가 있는데 국제기구 근무는 그 기간에 포함시켜 줘서 선택의 여지가 많아져서 좋다고 한다. 국제기구 근무는 해외출장이 잦기 때문에 육아문제가 가장 걸리는데, 필리핀에서 가사도우미와 남편이 애들을 돌보았었는데 최근에 남편이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여 지금은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영어가 안되시니 좀 힘들긴 하다고.

   그녀가 한국에 와서 도움 받을 사람이 필요할 때 내가 시간을 낼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하다. 어쩌면 그녀의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계속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고, 카자흐스탄 부모님의 다차에 놀러 가는 우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나의 세계가 확장가능하고 이런 용감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로 인해 영어 잘 안 통하는 한국의 봄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했기를 ^^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 한국을 찾는다. 거리와 가게에 영어 동시설명이 좀 더 많아지고 한국이 외국인에게도 불편함이 없는 나라로 만들어가기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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