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교육,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국과 독일 교육제도, 하나를 골라야 있다면…

by Clara Shin

최근 한국교육의 지나친 경쟁의 폐해와 무비판적 사고 등을 지적하며 독일교육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교육체제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임금 수준, 대학 진학의 기회와 졸업 가능성 등 많은 면에서 서로 다르다. 단순히 고등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를 비교하며 독일은 비판적 사고와 협력을 기르고, 한국은 경쟁만을 강조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나라의 교육은 사회 전반의 구조와 문화적 배경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쟁교육, 체제 순응교육체제 속에서 공부하였으나, 수차례의 민주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국민이다고 자부하기에 한국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다소 거북하게 다가왔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면, 교사의 평가와 조언에 따라 학생의 진로가 결정된다. 일반 중등학교(Gymnasium), 실업계열 중등학교(Realschule), 직업 중심 중등학교(Hauptschule)로 나뉘는데, 이 진로는 이후 대학 진학 여부까지 이어진다. 물론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극히 일부 전환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에 정해진 트랙을 따라간다. 이 때문에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가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불만도 많다. 독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른 시기의 진로 결정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한국은 중학교는 모두 일반 중학교로 운영되며, 고등학교에서 일반계와 특성화계로 나뉘지만, 특성화고를 나와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학생의 적성과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늦게 방향을 바꿔도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어떤 면에서 학생들의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두는 한국 교육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제도의 차이는 대학 입시와 연계된다..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약 30~35% 수준으로, 90% 한국보다 훨씬 낮다. 고등학교 시점에서는 거의 대학에 갈 학생들이 정해지고 대학간 수준도 비슷하다고 인식되기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교내에서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입시 부담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독일에서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일정한 소득과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대학을 졸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기 때문에, 정말 공부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만 진학하려고 한다. 의대 역시 입학 문턱이 높지만, 몇 년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점이 고등학교 단계에서 경쟁 중심 교육이 아닌 토론과 비판 교육을 가능하게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대학입시는 여전히 한국 교육의 중심에 있다.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보다아직도 어떤 대학에 가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대학을 입학하면 졸업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사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능력 있는 강사의 지도를 받아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게 하려는 부모의 욕심이 강하게 작용한다. 우리 아이만 사교육을 안 받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 불안감을 자극하여 수익을 얻는 사교육 시장의 구조가 어쩌면 한국 교육이 진정한 교육다움을 실현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일지도 모른다. 이 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학벌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학부모들이 어느 정도 자녀의 ‘출세’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한국도 충분히 독일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원을 동원해 자신의 아이가 나은 성적을 받도록 투자하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그것이 한국 교육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를 해치고 있는 요인일 수 있다. 우리가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서로가 인정해 버린 진리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교사에 대한 신뢰, 공교육에 대한 신뢰, 모든 이를 위한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갖을 수 있는 누구나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교육의 나라 국민이다. 비판의식을 학교현장에서 배우지 못했으나 어느 나라보다 정부의 활동에 비판적이고 행동에 나서기에 주저하지 않는 국민이 된 것은 모든이에 대한 고등교육기회 제공을 가능하게 한 한국교육제도의 수혜자이기도 하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기회의 평등에서 교육기회를 통한 실질적인 사회평등을 계속 유지해 가기 위한 세심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잊지 말고 공교육을 강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던 노무현대통령의 친근하고 온화한 말이 생각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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