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 교육복지의 시작
한국의 교육정책은 오랫동안 기회의 형평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 왔다. 그러나 그 방식은 시대별로 달랐다. 1990년대 이전까지의 교육정책은 교육 기회의 전반적인 확대를 통해 형평을 꾀하고, 이후 입시제도 조정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설계하고 국가가 이를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고교평준화나 대학본고사 금지, 대학입시 내신 일률적 반영, 특별전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영재교육 도입과 자율고·특목고 중심의 고교 다양화 정책이 전개되면서, 국가가 규제를 통해 설계하던 기회균등의 구조는 한계에 봉착한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교육의 시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가능성은 점차 줄어든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계층 간 격차는 교육을 통해 고착화되는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무현정부는 교육이 복지의 출발점이다라는 철학적 기조 아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을 도입되었다.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전이되고, 이는 다시 계층 고착으로 이어진다는 구조를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교육복지를 제시했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교육소외가 두드러지는 도시 저소득 밀집지역 및 농어촌 낙후지역 등을 대상으로 하여, 교육기회의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고자 하였다.
우선지원사업은 방과후학교 운영 문화체험 활동 학습도우미 지원 심리·정서 상담 및 복지 서비스 등 다양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을 결합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학교, 지역사회,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실질적인 ‘복지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우선지원학교 사례에서 학생들은 ‘부모 같은 존재’,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났고,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정서적 안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는 자기효능감, 학업 지속 의지,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 향상에도 기여했다. 문화 및 정서 프로그램, 인력의 질, 시설 환경 등이 사업 효과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학업 성과뿐 아니라 학생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교육복지의 본질에 가까운 효과를 이끌어낸 셈이다.
이 사업은 2003년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06년 전국 확대, 2011년 이후에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시도교육청 중심의 분권형 체계로 재편되며 지속되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서는 기초학력보장제, 돌봄교실, 자유학기제 등으로 정책이 확장되었고, 하나의 아동도 놓치지 않겠다는 보편교육복지 기조로 발전하게 되었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은 단순한 교육 보조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교육의 정의 실현이자, 교육을 복지의 한 축으로 포함시키는 정책적 전환의 상징이었다. 이 사업은 국가가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직접 개입하여 조정한 대표적인 사례로, 교육이 단지 경쟁의 장이 아닌, 기회 균등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정책적으로 입증한 첫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사업은 한국 교육정책사에서 교육복지를 제도화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을 시작한 계기였다. 앞으로도 이 철학은 단지 복지성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공교육 전체의 기획과 구조 속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