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겸손, 이웃, 민족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일화 중 아람의 전쟁영웅 나아만 장군이야기는 민족과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아만장군은 이스라엘을 물리친 아람의 전쟁 영웅이었으나 나병에 걸리게 되었다. 그의 집에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온 어린 소녀 몸종이 있었는데 그녀는 이스라엘에 가면 엘리사라는 선지자가 있는데 그 선지자에게 가면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원수지간인 이스라엘에서 잡혀 온 어린 몸종의 이야기이나, 간절하였던지 나아만 장군은 왕에게 이야기하고 엘리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엘리사는 그를 만나주지도 않고 요단강에 몸을 7번 담그면 나을 거라고 전한다. 엘리사의 자신에 대한 홀대에 화가 난 나아만 장군이 그대로 돌아가려고 하자 그의 신하들이 더 어려운 일도 하였을 것인데 강물에 몸을 담그는 일을 안하려고 하느냐고 충언하고 그는 요단강에 몸을 7번 담근 후 나병을 깨끗이 치료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성경에는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지만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들은 포로로 잡혀온 어린 소녀과 나아만 장군의 신하들이다. 그 소녀는 자신을 포로 신세로 만든 이웃나라 장군에게 살길을 알려준다. 추측컨데 그녀가 그 장군이 자신을 현재 처지로 만든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나아만 장군이나 그의 부인이 집에 온 포로들에게 평소 친절을 베풀어 소녀가 그들을 진심으로 충심으로 섬기고 있었을 수도 있다. 혹은 어린 소녀이지만 이집트에 팔려간 요셉처럼 적군의 나라에 잡혀온 자였으나 하나님을 마음 중심에 섬기고 거기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남을 섬기는 삶을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아만에게 물에 들어가라고 충언한 신하들도 대단하다. 보통 상사를 모시고 갈 때,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주인에게 대접이 소홀한 것 같으면 자신들이 먼저 흥분하고 안절부절하게 되는데, 이들은 엘리사의 푸대접에 순간 감정적이 된 주인에게 냉정하게 충언하였다. 나아만의 심기를 거슬러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들도 또한 진심으로 나아만이 낫기를 원했기때문에 그런 충언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이런 신하를 둔 나아만 장군은 참 인복이 좋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가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던 훌륭한 장수였기 때문에 이러한 충언이 가능했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 아니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의 친구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우리도 어린 소녀와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 국가와 민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2022년 세계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고, 코로나와 같이 국가간의 경쟁이 아닌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난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국제사회의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으나 강대국의 지나친 경쟁심과 민족주의는 보기 거북하고 거부감을 가져온다. 세계경제가 더욱 극한 경쟁상황에 몰리는 상황에서 국가간 갈등상황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이러한 경쟁과 과도한 민족의식을 완화시킬 지식인들과 신앙인들의 목소리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성경에는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가 서술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다. 나아만 장군집의 어린 소녀와 신하들의 용기를 생각하는 하루이다. 그녀가 자신의 민족을 죽인 원수라고 생각하고 장군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소녀의 선행과 용기도, 나아만 장군에 임했던 하나님의 역사도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다. 늦었지만 기회가 되면 꼭 지구인으로서 다른 민족의 아픔에도 동참하고 손내밀 수 있는 용감한 소녀가 되어보려 한다. 그리고 어린 소녀와 종들의 말에도 마음을 열고 순종했던 나아만의 겸손도 배워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