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실현과 의의
대한민국은 ‘교육기회의 평등’을 오랜 시간 동안 중요한 국가 과제로 삼아왔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해방 이후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제도화하고, 1959년에는 초등학교 취학률 94%를 달성하며 사실상 의무교육을 완성하는 성과로 이어졌다.중등교육 보편화의 흐름 속에서 중고등학교 취학률은 1987년에 90%를 넘어섰고, 이어 2002년에는 중학교 무상 의무교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보편화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교육에 있어서는 여전히 저소득층을 제외한 학생의 경우 학부모가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비 등의 학비를 부담해야 했으며, 이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대비되는 구조였다. 실제로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국가였다. 당시 고등학교 진학률은 99.7%에 이르렀고 고등학교 교육은 사실상 보편교육의 성격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재정적 책임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2019년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 방안’을 발표하고,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분담하여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재정적·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단계적 확대 시행을 거쳐 마침내 2021년에는 전 학년에 걸쳐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전면 실시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모든 공교육 과정에서 무상교육을 완성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교육기회의 형평성 확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특히 고등학교 교육이 사실상 의무교육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실현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실현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당초 2022년 완성을 목표로 했던 이 정책은 조기 시행되어 2021년 전면 실시되었고, 그 결과 약 124만 명의 학생이 연간 약 160만 원의 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가구당 월 13만 원 수준의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졌고, 어려운 시기의 가계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무상교육 정책의 완성은 다음과 같은 기대 효과를 낳고 있다. 첫째, 국가가 책임지는 초·중·고 무상교육 체계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는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 종사자 등 상대적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계층에게 실질적 교육복지로 작용한다. 둘째, 학비 부담 경감으로 인한 가계의 소비 여력 증가는 국내 내수 진작과 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이러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인적자본 축적과 교육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결국,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실시는 교육이 단지 개인의 사적 비용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하고 책임져야 할 공공재임을 다시금 확인한 조치였다. 이는 단순히 교육비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대한민국이 교육복지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정부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촘촘하고 포용적인 교육정책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