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상상 4 (만5세의무교육)

만5세 유치원 의무교육 불가능한가요?

by Clara Shin


최근 발표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만 5세 유치원 취학률은 94.8%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크게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교육단계별 취학률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하나의 특징이 눈에 띈다. 만 5세 취학률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OECD 평균보다 낮은 단계이며, 동시에 만 3세와 만 4세 취학률보다도 낮게 나타난다. 교육 통계상 다소 특이한 흐름으로, 그 배경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대된 이른바 ‘영어유치원’, 즉 영어유아학원의 증가와 일정 부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영어유아학원 이용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공식 통계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만 5세 시기에 공공 유아교육기관이 아닌 사교육 영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영어유아학원 입학을 위한 이른바 ‘4세 고시’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대해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유아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James J. Heckman 교수는 유아기에 대한 투자가 인지 능력뿐 아니라 사회성, 정서 발달, 이후의 삶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의 연구는 유아교육을 단순한 돌봄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중요한 정책 영역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OECD 국가들의 제도는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된다. 다수의 국가에서 만 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운영하며, 공공교육이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역시 만 5세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의무교육 단계는 아니다. 이로 인해 공공 유아교육대신 사교육을 선택하여도 문제가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아이들의 인지능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학생들의 출발선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만 5세 의무교육에 대한 논의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이 논의에는 여러 문제들이 관련되어 있다. 먼저 의무교육을 만 5세 한 해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만 3세부터 5세까지 유아교육 전반을 의무교육의 틀로 묶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만 5세만을 먼저 의무교육으로 설정할 경우, 제도 전환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그 이전 단계인 만 3-4세 교육과의 연계성이나 3-4세와의 분리문제에 대한 문제가 있다. 반대로 3-5세 전체를 의무교육으로 설정할 경우, 교육의 연속성과 평등성은 강화될 수 있으나, 재정·인력·제도 개편의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만 5세 교육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이원적 체계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교원 자격 역시 이원화되어 있다. 유치원교사는 대학 졸업을 전제로 자격을 취득하지만, 보육교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양성기관 과정을 통해 3급 자격을 취득하고, 경력에 따라 상위 등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실제 현장을 보면, 만 5세를 담당하는 어린이집 교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으나 현장의 전문성과 제도상의 자격 기준 사이에는 일정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의무교육 논의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요구한다.


재정과 운영 구조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의무교육기관이 될 경우, 설립 주체가 사립이더라도 교원의 처우와 보수에 대해 국가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연금 체계, 기존 유아학비 지원 제도, 국가 재정 운용과 긴밀히 연결된다. 더 나아가, 만 5세만 의무교육으로 설정할 경우와 3~5세 전체를 포함할 경우에 따라, 정책 설계의 범위와 속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대학의 학과 및 자격증 체계 또한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아교육과, 아동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관련 학문 간의 역할 분담과 자격 부여 구조 역시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만 5세 교육을 초등학교 체제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별도의 교육 단계로 유지할 것인지도 여전히 열려 있는 선택지다.


이처럼 만 5세 의무교육 논의는 단일한 해법을 요구하기보다는, 여러 제도와 이해관계를 차분히 조율해야 하는 과제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구조가 부모의 선택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 경험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차이가 아이들의 초등학교 생활 출발점에서 불평등을 가져오고, 점점 더 많은 학부모들이 영어유아학원에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현재의 현실은 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렵고 복잡한 개혁임에 틀림없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역시 도입 결정 이후 약 10년에 걸친 준비와 전환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었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의무교육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 공론을 시작하고, 시간을 충분히 두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국제적 시각에서,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만 5세를 포함한 유아교육을 어떻게 공공적으로 설계할 것인가는 중요한 우리 교육의 숙제이다. 젊은 부모들의 육아책임을 줄이고 적어도 만 5세부터는 우수한 재원의 교원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아교육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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