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초등학교 6학년은 어린이인가
출근 전 테니스 레슨을 마치고 나면, 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코트에 들어온다. 아들의 체격과 태도는 이미 청소년에 가까워 나는 중학교 3학년쯤으로 생각했다. 코치로부터 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놀람과 함께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을 여전히 어린이인체로 두고 있는 것이 맞는가?
한국의 학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체계는 해방 이후 정착된 뒤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학제는 교육정책 가운데서도 가장 신중하게 다루어지는 영역이다. 한 번 바꾸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아이들의 성장 속도와 학습 환경을 보면, 현재의 학제가 과연 충분히 이를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해외 학제와 비교해 봐도, 한국의 중등교육이 늦게 시작되고 있음이 명확하다. 미국과 캐나다는 초등 5년 이후 중등교육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영국은 초등이 6년이지만 만 11세부터 중등교육을 시작한다. 독일의 경우 초등 4년을 지난 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중등 단계로 진입해 기초 학습과 진로 탐색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경계를 상대적으로 앞당기고, 중등 단계에서 충분한 적응 기간과 탐색기간을 제공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와 달리 한국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어린이 시기로 붙들어 둠으로써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변화를 경험하면서 또한 적응해야 하는 되는 구조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쫓기듯 입시를 준비해야하는 고등학생이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사교육을 통해 본격적인 선행학습이 시작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시기의 학습 내용과 속도는 과거의 ‘초등 고학년’과는 상당히 다르다. 일부 아이들은 초등교육과정보다 높은 수준의 내용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학습 경험과 수준의 차이가 빠르게 벌어진다. 이 시기의 차이는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학제개편을 통해 초등과 중등의 경계를 조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시점이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를 5년으로 운영하고, 중학교를 4년으로 확대해 초등에서 중등으로의 전이를 보다 완만하게 설계하는 방안이다. 공립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교육 형평성을 확보하기 쉬운 중학교 단계에서 이러한 전환을 흡수하는 것은 교육기회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시도해볼 만한 정책이다.
물론 이는 단기간에 결론을 낼 사안은 아니다. 학제 변화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교육과정개정, 교원수급조정 등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준비가 전제가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논의를 시작하고 일정한 경과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운영한다면, 제도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그러한 전면적인 개혁을 해본 경험이 있고 우리사회 타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혁들을 지켜본다면 교육계가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부모의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는 아이들의 행복과 성공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도 아이들 교육에 달려있기에….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학제 변화가 특정 세대의 아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과도하게 확산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수반될 것이라는 전제조건이 따를 경우, 학제개편의 논의는 또한번의 해프닝으로, 일부 현실을 모르는 학자들의 주장으로 끝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6학년을 여전히 ‘어린이’로만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학제를 제공하는 것에 이미 지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제는 차분하게 검토해 볼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