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학을 못한다고?
최근 발표된 TIMSS 2025 결과는 한국 초등학생 수학 성취에서 남녀 격차가 다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평균 점수가 낮았고, 특히 분수와 소수, 추론하기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성취를 보였다. 이는 단순히 한 해의 결과라기보다,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온 경향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5학년도 수능 성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수학에서는 상위권에 남학생 비율이 높았고, 국어와 영어에서는 여학생의 하위 등급 비율이 낮아 전반적으로 여학생이 보다 안정적인 성취 패턴을 보였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다시 말해, 여학생이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가 낮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학만 놓고 보면 성별에 따른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30년 전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남학생이 수학을 잘한다”는 인식이 매우 일반적이었다. 이후 교육 기회의 확대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인식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처럼 보였다. 여학생들도 수학을 잘하고, 이공계 진출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데이터는 그 기대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격차는 통계 속 숫자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첨단 기술을 주제로 한 회의나 컨퍼런스의 참가자 구성을 보면, 전문가 패널이나 발표자 가운데 여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어떤 자리에서는 절반은커녕, 한 명의 여성 전문가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특정 개인의 역량 부족이라기보다,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교육·진로 경로에서 이미 많은 여학생이 포기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 수학에서 많은 교사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전환점은 4학년 무렵이다. 이 시기부터 분수와 소수, 여러 개념을 동시에 연결해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계산보다 개념 간 관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요구되면서 “갑자기 수학이 어려워졌다”라고 느끼는 학생이 늘어난다. 이 단계에서의 작은 이해 격차는 이후 학년으로 갈수록 누적되기 쉽다.
수학을 일상에서 직접 사용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수학 학습의 핵심은 특정 공식이나 계산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단계적으로 사고를 전개하는 경험에 있다. 수학은 한 번 놓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의 좌절은 곧 “나는 수학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는 이후 전공 선택과 진로 선택의 폭을 실제로 좁힌다.
현재 이공계 전공에서 여학생 비율은 약 3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연구자 단계로 갈수록 그 비율은 더 낮아진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리지 않는 이유도, 상당 부분은 이 교육 단계에서의 누적된 격차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과학고 영재고에 여학생들의 비율이 매우 낮은 사실도 눈여겨봐야 하는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중요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분석해 어디에서 개념 이해가 멈췄는지, 어떤 유형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지를 비교적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초등 4학년 전후, 수학이 ‘할 만한 과목’에서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으로 바뀌는 시기에 어느 부분에서 특별히 어려움을 겪고 어떠한 지도가 이루어질 때 극복이 되는지를 분석하여 교육을 제공한다면, 격차가 고착되기 전에 충분한 개입이 가능하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수학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성적 보완을 넘어,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학습 지속성을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미래 세대에게 수학은 여전히 필수적인 언어이며, 그 언어의 장벽을 낮추는 일은 교육의 중요한 책임이다.
여성의 이공계 진출 확대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설계 과정에 다양한 시각이 반영되기 위해서, 그리고 높은 전문성과 보수가 요구되는 기술 분야에서 여성이 구조적으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다뤄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이를 위해 여학생의 수학 학습 과정을 세밀하게 살피고, 특히 초등 고학년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여학생의 수학 실력을 키우는 일은 특정 집단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가능성을 넓히는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일이다. 인공지능 시대에걸맞은 수학교육과 성평등한 진로 구조가 함께 설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