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 상상 1 (영어교육)

1. 모든 한국인이 영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기를

by Clara Shin

한국인은 영어를 정말 오래 배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률도 70%를 넘는다.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과목으로 배우고, 그보다 더 일찍 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할 즈음, 외국인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영어를 “말하는 법”보다는 “푸는 법”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는 비교적 말하기 위주로 배우다가, 중학교에 들어서면 문법 중심으로 바뀌고,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영어 풀이에 집중한다. 대학에 가면 다시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위한 영어가 시작된다. 결국 영어는 시험 과목이 되었고, 대화의 언어가 되지 못했다.


해외에서 생활해 보면 분명해진다. 영어는 책으로 늘지 않는다. 말을 해야 늘어난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나는 영어로 말 못 해”라고 생각하며 입을 닫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이 문제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번역과 해석은 너무 쉬워졌다. 휴대폰만 있으면 웬만한 문장은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 공부는 이제 필요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번역기가 대신할 수 없는 영어가 있다. 친구를 사귈 때, 함께 일할 때 쓰는 말하는 영어다. 번역기를 사이에 두고 진짜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제 영어 교육은 방향을 바꿀 때가 되었다. 문법을 완전히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은 배우되, 영어를 편하게 말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평가도 문제 풀이가 아니라, 실제로 대화하는 능력을 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전에는 말하기 평가가 어렵고 불공정하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AI 기술 덕분에 훨씬 공정하고 현실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 학생들이 AI 대화 파트너와 자주 이야기하며 연습하는 환경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영어를 언제부터 가르칠 것인가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기다리기보다, 유치원에서는 놀이로 파닉스를 접하고, 초등 1·2학년부터는 간단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방식도 가능하다. 언어는 어릴수록 더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경험적 공감대도 크다.


말레이시아는 약 10년 전, 영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육 정책을 도입하며 교과 수업에 영어를 함께 쓰는 방식을 시도했다. 당시에는 놀라운 결정이었지만, 최근 말레이시아 대학들의 국제적 평가가 빠르게 좋아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과정 개편, 교사 연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초등 저학년 영어 교육이나 수능 영어 개편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제 세계를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과 문화를 이끄는 나라가 되었다. 그 성과를 세계와 나누려면, 영어를 자유롭게 쓰는 시민이 더 많아져야 한다.


학원에 가지 않아도, 국가가 만든 공공 시스템 안에서 누구나 영어로 말하고 연습할 수 있는 사회. 영어가 부담이 아니라 도구가 되는 나라. 그런 대한민국을 한 번쯤 상상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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