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나 좋았다. 누군가 연출한 듯 바람도 알맞게 살랑대고 봄꽃을 흩날리고 있었다. 꽃잎처럼 향기로운 마음들이 하늘하늘 호수를 거닐었다. 눈에도 담고, 기억에도 새기더니 온몸에 각인시키듯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깍지 낀 손을 꼭 잡았다.
요즘 야근이 잦았던 신랑의 이른 퇴근 덕분에 오래간만에 아이들 없이 석촌 호수에서 봄 데이트를 즐겼다. 함께 그림도 보고 줄지어 가는 사람들의 행렬의 끄트머리에서 잠깐씩 멈춰서 둘이 셀카도 찍었다. 아이들만 찍다가 둘이서 여유롭게 얼굴 맞대고 사진을 찍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모처럼 이제 시작하는 연인처럼 눈만 마주쳐도 웃었다. 간질거리는 웃음 끝에 꽃무더기 쏟아지자 처음 보는 광경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을 알 수 없는 행렬의 가장자리에서 살짝 입맞춤도 하고, 햇살이 부서지는 꽃들 사이로 핑크빛 하늘도 함께 즐겼다. 이렇게 따스한 당신이라서, 달달한 당신을 닮아 오늘 이 봄이 한없이 포근한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