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고 벚꽃은 봄눈이 되어 흩어지고 그 그늘밑에 다시 환하게 철쭉이 피어나고 다시 비가 내리는 봄날이 지나가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변하고 내가 하는 일들은 무한 반복되고 있어도 빈 자갈밭을 뒤엎고 뒤엎으며 모난 돌들을 치우고 땅을 고르며 우직하게 한 걸음씩 일소처럼 내 영역을 넓혀가는 오늘의 나에게 박노해 시인은 힘내라고, 괜찮다고 응원을 보내주는 듯하다.
첫째의 감기가 나은 덕분으로 오늘도 무사히 오전 파트일을 마치고 꽃눈이 내리는 길을 달려 커피 한잔 사들고 석촌호수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눈이 쏟아지는 풍경은 언제나 황홀하다. 그 안에서 봄을 살아가고 있음에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쁨을 느꼈다. 모든 것들이 평안하게 흘러가서, 바람마저도 딱 알맞은 온도로 불어주어서 맘껏 행복을 느끼며 오늘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