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진달래 모두 다 피어도 지는 자리를 모르다가 얄궂은 봄비에 함박눈 내리듯 흩어져버리는 벚꽃자리는 유난히 미련이 남는다. 햇살에 지는 꽃들도 많고 많은데 해마다 비바람에 한꺼번에 가버린다. 인사할 틈도 없이 그렇게 화려한 자태로 첫 계절을 가득 채우더니 미친 듯 불어대는 바람에 날리고, 종일 내리는 비에 녹아 내일이면 잊혀버리는 꿈같은 2주 천하가 막을 내렸다. 꽃 진 자리에 봄도 자리를 잃고 이제 여름이 시작된대도 할 말이 없는 그런 날들이 도래할 것이다. 가는 봄이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들 수록 속도를 빨리하는 것 같아 더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스무 살 풋사랑도, 손끝만 스쳐도 화들짝 놀라던 첫사랑도 잊힌 지 오래 건 만 봄은 여전히 설레는 그 무엇이 있어 괜스레 풋사랑 후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만 남았다. 아마 이 비가 서둘러 여름을 불러오겠지만 하루 종일 내리는 꽃비에 스러지는 봄 끝자락이라도 기억 한편에 남겨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