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을 따라 쭈욱 남쪽을 향해 내려오면 낮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향집에 다다른다. 일 년에 한두 번 부모님 없이 비어있는 시골집에서 보낸다. 먼 곳이라 쉽게 올 수 없어 해마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횟수가 줄었다.
오래간만에 오니 도착해서부터 할 일이 많았다. 청소와 빨래, 짐정리를 하고 마당에 난 머위와 돌나물, 쑥을 캐서 씻어두었다. 시골밥상을 좋아하는 신랑과 나는 이곳에서 직접 캐거나 딴 것들로 상을 차려먹는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5년. 여전히 부엌에 걸린 달력은 2019년도. 떼서 불쏘시게로 쓸 수도 있지만 엄마가 계셨던 날들의 흔적을 버리는 게 아까워 계속 두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도 집에 오면 여전히 엄마 냄새가 남은 듯, 빈집도 포근하고 정답다.
옆집 아줌마가 주고 가신 고추장과 김장김치
대충 짐정리와 식사정리를 끝내고 신랑과 애들은 읍내로 장을 보러 나가고 혼자 누워있는데 마당에서 인기척이 났다. 옆집 아줌마가 대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시고 엄마도 안 계신 친정에 먹을 게 있겠냐면서 고추장과 김치를 가져오셨다. 엄마 돌아가시고 된장, 고추장은 한 번씩 고향에 올 때마다 옆집 아줌마들이 주셔서 사 먹은 적이 없다. 이런저런 안부 끝에 오늘날이 너무 춥다고 하니 다시 걸음 하셔서 본인 겨울옷을 건네고 가셨다.
어렸을 때는 도시가 집이 아니어서 항상 떠돌이처럼 남의 집에 얹혀살거나 자취를 해서 싫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웃분들 덕분에 오늘 저녁 고향 밥상 다리가 부러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