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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할 시간

by 이혜연

양철지붕 위로 봄답지 않은 차가운 비가 툭 툭 거 린다. 환하게 핀 꽃이란 꽃은 모두 차갑게 벌벌 떨게 하고선 기세 좋게 사람 사는 지붕 위를 강목으로 두드리듯 툭 툭 툭.


국민학교 지나고 중학교 들어설 때서야 읍내에서 동네까지 아스팔트가 깔렸다. 땅꾼이 뱀을 잡고 읍내로 나가기 전 물 한잔 얻어마시자며 들어오곤 했던 날들도 많았다. 마당에 잡초들을 보자면 언제고 저곳을 휙휙 뱀이 지나다닌다고 해도 어색할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이제 지나가는 땅꾼도 없고 내일 우리가 간다면 언제 다시 대문을 열고 사람이 들어올지도 모를 빈 시골집. 이렇게 조그만 방 두 개에 일곱 가족이 살았었다. 그중에 한방은 대소변을 못 가린 아픈 언니가 누워있어서 엄마와 나는 늘 그 방에서 지냈었다. 엄마는 동네에서, 나는 학교에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으며 어린 시절이 지나갔다. 한 번씩 저 마당으로 살림살이들이 와장창 깨지고 울음소리, 욕지거리가 잡초처럼 자라났던 그 시절이 까마득하게 지나가버렸다. 아팠고 화가 났으며 아득바득 독기로 버텼던 시절동안에도 나는 나를 참 사랑했었나 보다.


문풍지 사이로 드나들던 북풍보다 투명하게 걸렸던 달빛과 은빛으로 빛나던 함박눈 내리던 풍경이 유년의 추억에 더 깊게 남아있다. 그런 기억들로 보듬어 안으며 그 시절을 버텼다. 그러다 보니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눈으로, 가슴으로 체득했나 보다. 지금도 시골에 오면 빗소리, 새소리가 맑은 햇살만큼 따뜻하게 들어온다.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혼자 있어야 할 빈집에 보일러도 고쳐두고 청소도 해두고 다시 안부를 물을 때까지 안녕하기를 기도해 본다.




읍내에 나왔더니 예쁜 봄이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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