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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을 연민함
by
이혜연
Apr 15. 2025
고향의 오래된 자두나무
세월이 지나간 나이테만큼
그렇게 무심한 하늘을 견디고
무참한 바람에 찢기고
어제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불안의 밤과
수고로운 낮을 지나온
내 어린 시절의 굵은 자두나무
너무 많은 것을 지고 있거나
아무것도 없이 주저앉았더라도
살갗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고
마음 한 자락 허물어져
벌레 끓어 잘라내야 했던
지난 아픔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어둠을 얇게 저밀 때
홀로 밤의 한가운데서 깨어나
꿈이길
어느 날은 꿈이 아니길
기도하며 건너온
모든
오래된 것들을
가엽이 여기게 되는
이제는 소녀가 아닌 초로의
삶의 한가운데서
오래된 것들을 연민함
움직일 수 있어도
도망치지 않았던
아무것도 못한 채
한 곳에서 그저 모든 시간을 버텨내며
속으로 울부짖던 울음이
새벽녘 여명으로 흐트러지던
날들이 지나고
어김없이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지글거리는 태양을 이고
가을이면 떠나보내야 했던 모든 것들과
무참히 이별해야만 했던 겨울을 지나온
나무들이 다시 이 봄,
붉은 눈물같은 봄꽃들을
길따라 흐트려 날려보내는
그런 어지러운 봄날
그 모든 세월을 견뎌온 오래된 것들을
한없이
사랑으로
보듬어본다
여행을 다녀오니 견주의 부탁으로 만든 냉장고 자석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카드크기로 되어있어 그림이 작지않게 나와 좋았습니다. 주문해주신 분이 만족하셨으면 좋겠네요. 모두 평안한 주말 밤 되세요.
주문받은 냉장고 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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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세월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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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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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매일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읽는 마음을 그리는 작가 난나입니다. 하루 한장 그림을 매일 하고 있어요. 저의 글과 그림이 위로가 되고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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