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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래?

by 이혜연
어떻게 이래?

꽃이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하얀 꽃눈이 살포시 내려앉는 따스한 오후를 이제 막 느꼈는데 어떻게 이래? 바람끼리 싸우는지 북에서 남에서 어느 쪽에서 부는지도 모르는 바람이 봄을 미친 듯이 찢어대고 있다. 감춘 것 없이 여린 꽃들을 차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심하게 불어댈 수 있는 건지.


오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와 아이들 바둑 수업을 보내고 나니 집이 갑자기 평온해졌다. 밖에는 때아닌 강풍에 대문이 쾅쾅 소리치고, 설레던 아가씨의 치마가 휘날려 붙잡기 바쁜데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없으니 내 세상은 너무나 고요해졌다. 소란스러운 운 세상이야 미친 듯이 찢어대는 바람이야 불든 말든, 몰아치는 소리 속에서 후두득 떨어지는 봄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늦은 오후의 낮잠을 즐기는 사월.


벚꽃이야 지든 말든 철쭉은 색색이 피어나고 뒤이어 장미도 가슴을 봉긋 거리며 햇살을 담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바람이 불어도, 세차게 비가 내려도 봄은 어쩔 수 없이 숙명처럼 또 다른 꽃들을 피워내고 있으니 또 한 번 그 아름다운 날들을 열심히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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