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자리의 편안함이 있다. 익숙한 재질, 알고 있는 경계면, 나에게 길들여진 체취. 자기 키만큼의 손톱자국을 남겨 영역을 표시하는 곰처럼 한 평도 안 되는 땅 위로 그림자의 길이만큼의 공간에서 위안을 받고, 안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편안함에 길들여지면 일어나 경계밖을 나서는 게 귀찮고 두려워진다. 젊을 때는 기를 쓰고 일어나 경계를 무너뜨렸다면 나이가 들수록 그 안에서 주저앉게 된다. 일어설 이유도 문 밖의 것들에 대한 궁금증도 희미해진다. 이유를 잃어가면서 우리는 자연 발화되듯 존재가 소멸되어 간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오래되고 낡은 의자에 앉아 빛바랜 질문을 곱씹어보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