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이 될 수 있을까어떤 상황이나 일에 대해 만약 우리가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무적이 될 수 있을까? 황희 정승처럼 네 말도 옳고 내 말도 옳다라며 중도에 서서 너그러이 품을 수 있다면 싸움도 없고 이해와 사랑만 존재하는 그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행 이틀차. 뭐든 하나하나 따져보고 열까지 경우의 수조차 계획해야 하는 남의 편과 목표점이 정해지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상관없는 나는 크게 싸움이 났다. 이미 새벽에 잡아놓은 일정을 다시 계획하고 동선을 짜느라 오전 내내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했던 나는 호텔에 돌아와 내일 일정의 동선을 들여다보는 남편에게 화가 치밀었다.
연년생 두 아이는 수영장을 뛰어다니고 물속을 휘젓고 다니는데 혼자서 벅찰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를 위한다며 오전 내내 동선을 짜는 상대를 이해해 주기엔 인내심이 바닥을 쳤고 잘못이 없다는 상대도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되려 더 크게 화를 냈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건 13년이란 시간도 무색하게 너무도 힘든 일이다. 나는 먼 산에서 우리의 상황을 조망하며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무적의 중립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