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베트남

by 이혜연


파도가 드나드는 베트남 해안에서 베트남의 붉은 국기가 꽃잎처럼 휘날리는 거리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잠이 깨고 들숨날숨 같은 바다의 깊은 품 안에서 잠이 드는 날들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리조트 곳곳에 장승처럼 서있는 야자수 그늘아래에서 하릴없이 거닐다 보면 새삼스레 발끝을 간지럽히며 행복감이 충만해지곤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느긋한 아침을 먹고 찰방거리는 수영장에서 달디 단 열대과일을 먹다 보면 다시 점심. 일어나 걷고, 수영하고, 밥을 먹고, 서로를 안은 채 잠이 드는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이 참으로 귀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시간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10일간의 여행도 끝이 납니다. 다시 가져온 것들을 캐리어에 밀어 넣고 욕심껏 담았던 선물들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쉬움과 감사함,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작은 소망들이 까만 베트남의 밤하늘에 반짝이며 새겨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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