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익숙하지 않은 고수 향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코끝에 스치는 그 향이 익숙해져 버렸다. '정들자마자 이별'이라더니 치마를 훌쩍훌쩍 넘겨대던 바닷바람도, 거리 곳곳에서 나는 향 냄새도 이제 안녕이다.
리조트에서의 늦은 아침은 푸른 잔디와 야자수 그늘만큼 싱그럽고 여유로웠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고 운동까지 하고 나면 그제야 바다건너에서 여명이 밝아오곤 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게 한국에서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 것 같은데 살이 붙었다. 진짜 중년의 살은 원수가 따로 없다.
이제 오늘 밤이 지나면 유난히 밝았던 베트남의 별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신랑과 아이들 모두 너무나 행복해했던 일정이 끝이 나는 까닭이다. 그러니 추억이란 이름으로 오늘을 영원히 박제해 놓아야겠다. 화려한 부겐베리아 꽃그늘도, 여유롭게 서로의 손을 잡고 걸었던 여행지에서의 우리들의 모습도 언제 꺼내보아도 생생할 수 있도록 오늘 더 눈에 담아두고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을 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