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일상에는 집집마다 제단을 두어 꽃과 향을 피우고 오늘의 안녕을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새로운 가게를 열었을 때도 오래된 어촌의 작은 집에도 노상의 반미집 옆에도 자그맣게 자리한 제단에서 나는 향은 거리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어 잠깐의 여행객에게도 스며들었습니다. 물가가 낮은 탓에 부담 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와 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며 고층빌딩 없는 골목골목 초가을 햇살 같은 선선한 빛들을 즐기며 거닐 수 있었습니다. 걷다가 힘들면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에 앉아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그래서 양손 가득 선물보따리를 든 채 거리를 헤매는 풍경이 익숙해졌습니다. 아마도 여러 채널에서 '꼭 사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 구매했는지 봉지봉지 같은 가게의 이름이 눈에 익습니다. 어디를 가도 같은 그룹에 속해야만 손해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걸까요? 그렇게 헤매다 온 낯선 거리에서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떠날 때 급하게 서두른 흔적의 집이 어수선하게 널부러져 있었고, 한겨울 집주인의 부재가 여실히 들어난 집은 돌아온 우리를 오들오들 떨게 했습니다. 새벽비행기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왔기 때문에 외식을 할까 하다가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게 먹고 싶었던 집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김장김치를 꺼내고, 곱창김을 굽고, 조기를 튀기고 김치와 콩나물을 넣은 김칫국을 먹으니 비로소 내 자리, 우리 집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습니다.
선선한 파도가 노래하고 바람에 살랑이는 해먹에 몸을 뉘일 때도 느껴보지 못한, 비로소 있을 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말이 매번 여행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걸 보면 이 자리가 꽃자리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