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다시

by 이혜연


여행의 끝은 몇 번의 빨래를 돌리며 지나온 도시의 흔적을 지우는 것으로 맺음을 하는 것 같습니다. 힘든 여행이 아니었는데도 자꾸만 침대 안에서 뒹굴거리게 되는 일요일 오후. 두 번째 세탁기가 돌아가고 빠르게 기울어지는 겨울 햇살에 아쉬워하며 일어나 앉으니 다시 내일부터 시작될 일상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연말에 신랑이 사 준 꽃들이 꽃병에서 시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긴 여행의 끝을 아쉬워하는 저와 닮았습니다. 이제 지나간 것들은 가슴에 담고 새롭게 피어난 꽃들을 깨끗한 물에 다시 예쁘게 꽂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작고 소박하지만 오랫동안 시들지 않을 우리의 매일을 향기롭게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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