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롭게

by 이혜연


한겨울의 한파를 피해 찾아갔던 냐짱의 평균기온은 24도 정도 됐었다. 새벽녘을 제외하고 햇살이 드는 한 낮동안은 언제나 덥다고 느껴지는 날이었지만 현지인에게는 겨울이었나 보다. 반팔과 여름 원피스를 입은 나와 다르게 그들은 얇은 패딩에 목도리와 장갑을 착용하며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낯설고 놀랍기도 했지만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한 면을 본 것 같아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다른 우리들도 가슴속에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신을 찾는다는 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왜냐하면 베트남 하늘 어디에서나 제단이 있었고 그 옆을 향기로운 꽃들과 자신이 바칠 수 있는 가장 싱싱하고 예쁜 과일들이 단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내내 그들이 품은 희망과 기대가 궁금했다.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아 보이고 무언가 자신들만의 물건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공장의 굴뚝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철 제비처럼 왔다가는 사람들에 의지하는 일상에서 바라고 원하는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거리에서 맨발로 껌을 파는 작은 여자아이를 보고 아이들이 놀라서 왜 아이가 껌을 팔러 다니냐며 물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아이의 제단에는 향이 피어오르고 있을까. 오늘의 제단에 과일을 바치고 꽃을 드린 후 마음속에 기도했던 제목 하나가 궁금했다.


사계절 따스한 기후 탓에 야자수 열매는 주렁주렁 익어가고 노상의 바나나들도 기둥이 휘어지도록 묵직하게 열매를 맺고 있는데 우리는 어째서 언제나 이루지 못한 것들로 갈증을 느끼고 허덕이고 있는 걸까.


다시 돌아온 일상, 여전히 무언가를 채우려 아침을 열고 대문을 나서 바쁜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예쁜 꽃으로 제단을 꾸미지는 않았지만 식구들의 안녕을 위해 아침을 차리고, 기도대신 오늘의 인사를 건넸다.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지지 않는 꽃으로 무사한 하루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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