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과밀집지역으로 유명한 서울, 그중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살면서도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걸어서 코앞에 롯데타워가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낯설고 복잡한 삼성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건 여간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약속을 취소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복잡하고 게으른 마음을 이기고 미국에서 들어온 친구와 30년 만에 대학 친구를 만나러 나섰다. 삼성의료원 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친구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스무 살 언저리의 얼굴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건실한 신랑과 잘 커준 딸과 함께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으니 그의 성실함이 더 와닿았다. 대학동기 셋이 만나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제법 넉넉하게 순조롭게 지내온 줄 알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인생의 고해를 헤쳐왔다는 걸 대화를 통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한 긴 시간 동안 아롱이다롱이 사건사고를 무사히 넘기고 살아준 친구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그렇게 오십 고개를 넘어온 걸 축하하고 다음 오십 년도 잘 살아보자며 웃으며 헤어졌다.
그렇게 무탈하게 지낸다면 오십 년 후에도 처음 만났던 스무 살의 얼굴을 그대로 하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며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으며 돌아선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