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정신없이 흘러가 버렸다.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베트남에서 2주 가까이를 보냈고 뒤이어 제주도에서도 10일가량 미리 봄을 즐겼다. 그렇게 먼 데서 미리 툭, 툭 건드렸던 봄이 갑자기 오늘 대문 밖에 펼쳐졌다. 늘 혼자서 낑낑대며 그림을 나르고 구도를 잡아 전시를 했었는데 오늘은 쉬고 있는 신랑 덕분에 차로 옮기고 설치도 도와주어 힘들이지 않고 전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어제까지 집에 손님들이 머물고 있어서 긴장했던 탓인지 친구가 간 후로 몸살을 겪었는데 다행히 자기 전에 신랑이 마사지를 계속 해준 덕분에 전시 첫날은 그럭저럭 컨디션이 좋아졌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급격하게 체력이 바닥이 나면서 자리를 지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갤러리가 있는 카페 창 사이로 쏟아지던 병아리빛 햇살들은 너무나 따스했다. 겨울 동토사이로 툭 하고 터져버린 봄이 왔다. 조금 더 있으면 앙상한 가지 잔꽃들이 색을 더하고 향기를 진하게 뿜어댈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이토록 안성맞춤인 때도 없을 듯하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하기에 더욱 귀하고 감사한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