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화려한 날

by 이혜연


핀터레스트 참조


이번 겨울은 베트남과 제주도에서 보낸 탓에 미리 봄을 맞본 터라 매서운 꽃샘추위가 한겨울만큼이나 시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꽃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 부지런히 꽃망울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석촌호수의 오래된 벚나무들은 노쇠한 둥치와 다르게 풍성한 꽃들을 준비하는지 굵은 가지마다 몽글몽글 꽃봉오리가 맺혔습니다. 엊그제보다 조금 포근해진 주말이어선지 나들이 객들이 많은 호수를 신랑과 함께 거니는 오후는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산수유꽃들이 불꽃처럼 톡톡 터진 거리들이 봄의 신호탄을 알아챈 듯 들썩입니다.


요즘 한참 인기인 영화 "왕과 함께 사는 남자"를 보고 올까 하다가 중년의 게으름이 다음으로 미루자며 꼬드기는 통에 잠깐의 산책으로 주말이 가버렸지만 오래간만에 해가 쨍쨍할 때까지 침대에서 뒹굴어도 봤고 맑고 화창한 햇살이 거실을 가득 매워 따스해진 소파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며 커피도 마셨으니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먼 곳으로 떠난 여행보다 포근한 집에서 맞이하는 평온한 시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충전시켜 주는 일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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