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가 있는 주말

by 이혜연


아이들이 생기면서부터 주말은 언제나 놀이터나 동물원 등 어린이들과 관계된 곳으로 스케줄을 짜기 바빴습니다. 처음엔 유모차로 조금 지난 후엔 자전거로 이동을 하고 두 손엔 언제나 간식과 도시락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은 탠트와 함께 돗자리가 필요한 곳엔 어깨에 돗자리를 들고 다녔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주말마다 피난을 다니는 피난민 같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졸졸졸 따라다니며 익숙한 세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감탄을 하는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10살이 되면서 주말에도 부쩍 자기들만의 스케줄을 만들어 독립하려는 연년생 형제들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가도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파랑새처럼 훌쩍 자신들의 세계로 날아오르려는 건가 싶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오늘같이 봄볕이 가득한 인사동 거리를 신랑과 손잡고 다니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찻집에 가서 팥빙수를 나눠먹기도 하고 작은 소품샵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채워가는 시간이 우리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기분도 듭니다. 중간에 박술녀 한복장인의 가게를 들른 적이 있는데 그분이 손잡고 걸어가는 우리를 보더니 좋을 때라면서 혹시 연인이냐며 말씀을 건네는데 부부라고 하니 새삼 놀라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오십대지만 외출할 때는 항상 안아주고 뽀뽀를 하며 인사를 건네는 게 일상인 우리는 손 잡고 걷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남들이 볼 때는 특별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직 아기 냄새가 많이 나는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 주는 덕분에 둘만의 봄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주말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다시 서로의 일터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테니 오늘의 행복을 가슴깊이 간직하며 스스로를 충전시켜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벚꽃이 한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