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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an 05. 2023

스스로의 삶에 무례하지 마시길

ㅣ스스로의 삶에 무례하지 마시길


햇살이 드는 곳에서 

잠시 앉아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면


그 곳의 창을 열고

작은 소리로 

지난 옛 노래를 흥얼거려보자


지나가 버린 

시간의 기억들이

높고 낮은 음률을 타고

혀 끝에 감겨와

단맛으로 사라질 때


그 시간

당신의 삶에 예의있는 

작은 인사를 건네시길





어린이 백과사전을 보면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예의"라고 나온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은 사람들을 만날 때 항상 인사를 시키면서 

예의를 지키라고 하셨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있고 싶었고 실제로 왠만한 일엔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타인에 대해서는.


하지만 철이 들고 나서부터 나는 "내 삶에 대한 예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다른 수많은 정자와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그들 대신 세상에 나왔다. 

내가 난자를 차지함으로써 다른 꼬물이들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오다가 물거품이 된채 사라져버린 것이다. 요즘 말하면 경쟁률이 어마어마한 시험을 통과하고 이땅에 태어났으니 내 어깨엔 수많은 형제들이 얹혀져있는 셈이다. 

그런 삶을 쟁취했는데 나는 내 삶에 대해 '마땅히' 지키고 있는 '마음 가짐'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합당한 '몸가짐'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도 있다. 


'마땅히'라는 말엔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있다. 

'마음가짐'에는 흔들리지않는 절제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몸가짐'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을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다. 

타인에 대한 예의도 아마 자신에게 스스로 하는 예의만큼의 태도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기회, 시간등을 허투로 하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예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돌이켜, 내 지나온 걸음을 돌아보아도 나는 여전히 빌려쓴 

이 생에서의 나의 인생에 예의가 얼마만큼 있는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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