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혜연

조용한 바람

적당하게 그늘진 오후

먼 데서 풍겨오는

마른풀 냄새


고요히 앉은 햇살

소곤거리는 곤충들의

발자국 소리


꽃자리를 따라

일렁거리는 조각조각

사금파리 같은 빛


발가락 사이를

송사리처럼 넘나드는 실바람들

멀리 아득히 들리다

귓가를 한순간

스쳐가는 새소리


마음 한 자락 남김없이

비어있는 가슴

눈길 따라 걸어간

그날의 이야기들



그림이 숙제가 됐을 때 제게 쉼은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1일 1 그림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느껴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저 스스로와의 약속이 버거워 마음의 짐으로 여겨질 때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마음이라면 하지 않는 게 답일 것 같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하고 질문을 해봅니다.

좋아했고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고 그걸 통해 제 스스로의 삶을 일으켜 세우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나만의 방식으로 완성해내고 싶은 욕망이 밑바닥에 깔려있었죠.

이건 그냥 즐기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스스로에게도 강요가 되면 안 되는 일이었던 거죠.

부담으로 느껴지고 숙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몸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렸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그림이 수행처럼 느껴지는데 그리는 대상을 자세히 바라봄으로써 제 마음의 상태와 현재 느끼는 감정을 객관화시키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림도 삶도 숙제가 되면 평생 휴식이 자리할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가볍게 하고 모든 것을 즐기고 담되 마음은 가볍게 비워두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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