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 빛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빛들이
창가를 넘나 든다
저 가지 끝에 걸린 꽃송이
언제 피우나
오며 가며 올려다보며
기다렸건만
봄밤에 도둑처럼
만개해 버렸다
목련이 그랬고
앵두꽃이 그랬다
마음에 두고 있던 첫사랑이
다른 아이와 손 잡고 가는 뒷모습을 본 것처럼
못내 아쉽다가도
너울거리는 봄볕에
해사하게 빛나는 꽃들을 보자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기다릴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일까?
봄이 오기 전엔 저 마른 가지에 언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까 기다렸다. 그때는 마음이 설렘설렘 하더니 요즘은 훌쩍 건너띤 온도에 벌써 가버린 봄의 뒷자락을 본 것 같아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말갛게 세수한 얼굴처럼 해사한 봄볕은 꽃봉오리와 여린 새 잎에서 반짝반짝 물기를 머금고 빛나고 있다.
이런 봄날엔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봄 멍을 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황사와 미세먼지로 여의치가 않다. 대신 노랑, 분홍, 연초록 꽃들을 마당과 집안에 가득 들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용달차에 꽃을 잔뜩 싣고 와서 장미 10송이를 5천 원에 판매하시는 사장님이 계시는데 인기가 어찌나 좋은지 점심때 가면 이미 장미는 모두 사가고 다른 꽃들만 몇 다발 남아있곤 한다.
오늘은 반드시 장미를 사리라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다 떨어지고 없어서 아쉬운 데로 남겨진 꽃들로 식탁과 화장실, 아이방에 향기롭게 꽂아두었다.
꽃들을 자세히 보면 언뜻 보았던 분홍색 속에 연노랑과 진분홍, 아이보리 색등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게 보인다. 꽃에 머물던 빛의 색깔이 한송이 한 송이마다 다 곁들어 있는 느낌이다.
우리네 마음에도 여러 빛들이 있다. 그건 자연의 이치처럼 당연한 것이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진 나만의 특성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그 여타의 것들도 다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는 다 같은 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