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녀 제 오시네

by 이혜연
봄 처녀 제 오시네

익숙한 고목나무를 지나

둔턱에 흐드러지게 핀

민들레 길을 건너

오래된 옛 동네

옛날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좁은 골목

비어있는 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이웃집들


집 지은 이는

하늘로 떠났고

그의 아이들은 도시로 나가

북적이던 마당이

폐허처럼 황폐해져 갈 때


봄처녀

재 넘어오시니

걸음마다 민들레

작디작은 야생화들이

빈 마당을 포근히 안아주고 있었다



엄마 기일을 맞아 시골에 왔습니다.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논두렁에서 쑥과 머위를 따고 계곡 물가에서 미나리를 캐다가 저녁 밥상을 차렸습니다. 오래된 이웃집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왔다며 물김치, 파김치, 열무김치까지 주셔서 아주 풍성한 시골밥상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아이패드를 가져오면서 스마트펜을 가져오지 않아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오래 비어 있던 집이라 종이도 없어서 빈 노트에 간단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비어 있어도 아이적부터 이곳에서 생활했던 이력이 있어선지 아직도 부모님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이웃집에서 주신 파다발을 다듬으며 토방에 앉아있는데 어릴 적 그 따스했던 빛이 식지 않고 그 온기 그대로 여전히 포근하게 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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