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골목 끝으로
나풀나풀
나비 날아
봄이 왔나
마중 가려고
급하게 옷을 걸치고
문지방을 넘는데
오는 줄 알았던 봄이
두루루루룩 토독토독하며
떨어지고 있다
창 밖엔 꽃비가 오고
미처 챙기지 못한 겉옷은
그냥 소파에 걸쳐놓았다
평소에 부탁을 잘 안 하는 동생이 옷을 사달라고 해서 급하게 백화점에 다녀오는 길.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걷던 석촌호수에 사람이 꽉 차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해마다 푸른 호수를 끼고 꽃구름처럼 둥그렇게 봄 세상을 만드는 벚꽃을 볼 때마다 새롭게, 새로이 감탄을 한다. 그런데 만개한 꽃 사이로 하얀 눈처럼 꽃잎들이 바람에 휩쓸려 날리고 있다.
오는 줄도 몰랐는데 가는 건가 싶어 떨어지는 꽃잎 한 장, 한 장이 아깝기만 하다.
붙여놓고 싶고 그려놓고 싶지만 햇살이 때 아니게 너무 일찍 익어버려 억지로 붙여놓아도 녹아 사라질 것만 같다.
그러니 하루, 한 시간, 일 분, 매 순간마다 최대한 이 봄을 즐길 수밖에.